김정남 암살과 ‘유예’
김정남 암살과 ‘유예’
  • 김성우
  • 승인 2017.02.2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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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우 가락종친회 중앙청년회 명예회장
 “김정은도 자기 차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

 오상원의 ‘유예’는 6ㆍ25 전쟁 당시 포로가 된 국군 소대장이 처형을 받을 때까지 1시간의 삶이 유예된 극단적인 상황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과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선임하사는 적에게 쫓기던 중 불의의 총격을 맞고 죽어가며 마지막 말을 남긴다.

 “사람은 서로 죽이게끔 마련이오. 역사란 인간이 인간을 학살해 온 기록이니까요. (중략) 난 전투가 제일 재미있소. 전투가 일어나면 호흡이 벅차고 내가 겨눈 총구에 적의 심장이 아른거릴 때마다 나는 희열을 느낍니다. 나는 그 순간 역사가 조각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거든요. 사람이란 별 게 아니라 곧 싸우는 것을 의미하고, 싸우다 쓰러지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북한의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이 암살당했다. 국제 사회는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으로서 한 때 김씨 왕조의 유력한 후계자였던 김정남이 북한의 테러로 살해됐다는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 과연 이 세상에서 김정남 암살을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바로 이복동생인 김정은 현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했고, 북한의 권력 실세들을 차례대로 처형과 숙청을 반복해왔다. 김정남도 동생의 이런 잔인한 면을 알고 살려달라고 간청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지만 결국 타국 땅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됐다.

 김정남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된 이후, 항상 암살의 위협을 두려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자 더욱 불안한 삶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를 보더라도 왕위에 오르지 못한 대군의 운명은 비참했다. 조선 조 문종이 승하하고 어린 단종이 즉위했지만 무시무시한 숙부들인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은 치열한 권력투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역사는 한명회라는 걸출한 책사를 둔 수양대군을 선택했다.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일으켜 김종서와 황보인 등 충신들을 살해하고 권력을 쟁취했다. 패자인 안평대군은 반역을 도모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귀양을 갔다가 36세의 젊은 나이에 사사됐다. 권력투쟁은 이처럼 형제간의 우애도 없는 비정한 싸움일 뿐이다.

 또한 수양대군은 조카인 단종마저 영월로 귀양을 보냈다가 살해하는 패륜을 저지른다. 권력의 눈에 멀면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법이다.

 김정남도 안평대군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운명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정남의 가족들도 김정은의 테러 위협을 피해 여기저기 도망을 다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이들은 작은아버지에 의해 남편을 잃고도 아버지를 잃고도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유예’의 순간으로 돌아가 보자.

 선임하사는 총을 맞고 의식을 잃어가며 “소대장님, 인제는 제 차례가 된 모양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 마디로 작가의 표현대로 ‘자기 차례가 된 것을 안 것’뿐이다.

 김정남도 이렇게 죽어갔을지도 모른다. 자기 차례가 된 것을 안 채로 말이다. 하지만 김정남뿐만 아닐 것이다. 이런 극악무도한 패륜을 저지른 김정은도 자기 차례가 올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김정은의 공포정치의 진짜 이유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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