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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기중심성과 이기심
인간의 자기중심성과 이기심
  • 이유갑
  • 승인 2017.02.15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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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 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일을 하고 난 후에 얻어진 소득을 나누는 분배 방식에는 대략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일 익숙한 ‘균등(equality)’의 분배 방식이다. 개개인의 기여도와는 무관하게, 얻어진 성과급을 함께 참여한 사람들의 수로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내가 몸담고 있는 집단의 구성원들과의 인연과 정을 중요시하는 동양 문화권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이 두드러지는 서구 문화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평(equity)’의 분배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함께 일한 사람들 개개인의 기여도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얻어진 성과급이 차등으로 분배된다. 요즘 서서히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인센티브(성과급) 제도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하나는 힌두 문화권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필요(need)’의 분배 방식이다. 이 방식은 성과급을 동등하게 나누는 것도 아니고, 또 개개인의 기여도와도 무관하다. 더 많이 필요한 사람이 더 많이 가질 뿐이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독특한 가치관의 산물이라 생각된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재미난 심리학 실험을 하나의 예로 들어 볼 수 있다. 어떤 회사의 사장이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 일시적으로 임무를 부여한 TF(Task Force)팀을 구성했고, 이들은 순조롭게 회사의 과제를 마무리했다. 회사의 사장은 이번 과제에 참여한 팀원 각자에게 성과급의 구체적인 액수를 알려주면서 자신의 기여도를 감안해 자기가 받고 싶은 성과급의 액수를 적어 내도록 했다.

 놀랍게도, 팀원 각자가 적어 낸 성과급의 기대치를 사장이 받아서 합산해보니 처음에 책정된 액수의 두 배가 넘었다. 이 결과는 인간은 결국 매사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끝없이 이기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한 역할은 커 보이고, 다른 사람이 한 역할은 작게 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짐작하는 심리적 귀인(歸因)에 대한 심리학적인 연구결과도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른 사람이 길을 가다가 넘어지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대체로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조심성이 없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같은 길을 내가 가다가 넘어지면 ‘길이 왜 이렇게 미끄러운 거야’라고 하면서 화를 내기도 한다. 이를 ‘기본적인 귀인의 오류’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귀인의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용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기 본위적 편향’이라는 귀인의 오류를 들어볼 수 있다. 똑같은 일이라도 자기가 하면 좋은 일이고, 남이 하면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성을 일컫는다. ‘잘되면 내 탓이고,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속담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사례이다. 또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항간의 우스개도 여기에 해당한다.

 인간은 본래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가치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인간은 태생적으로 주관적이고 자기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만약 사회적인 아무런 제약이나 자극이 없다면, 인간의 자기 중심성과 이기심의 끝은 어디일지 모를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객관성과 이타성(利他性)의 중요성을 가르치려고 하며, 성숙한 사회가 돼갈수록 이런 덕목의 중요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세상을 이끌어 가려는 지도자들이나 교육자들에게 이런 덕목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 시민들은 정치, 행정 분야의 지도자들에게 사적인 이득보다는 공공의 이득을 먼저 생각하는 공인의식(公人意識)을 목마르게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은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 학생들을 대해 주는 선생님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세상의 어려움을 멋지게 구해내는 영화 속의 영웅이나 의인(義人)을 기다리기보다는 인간 본래의 자기 중심성과 이기심을 어느 정도 이겨낸 현실적인 지도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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