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단식
사랑의 단식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7.02.08 2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창훈 객원논설위원
 자연 속 동물들은 몸에 이상이 생기면 일체 음식을 먹지 않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금식을 통해 동물들은 자기 몸을 스스로 치료한다. 다 낫고 나면 그 때야 비로소 먹기 시작한다. 사람도 몸에 병이 나면 입맛이 떨어진다. 이런 현상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치유능력을 고조시키기 위한 본능적인 생리현상이다.

 얼마 전 지인 소개로 경기도 오산에서 있었던 단식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일정은 우리 몸에 대한 소개, 자연치유 그리고 매끼마다 일정한 양의 효소와 물을 마시는 프로그램이었다.

 단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3일 전에 차안에 남겨 두었던 빵 한 개를 새가 모이를 쪼듯이 조금씩 뜯어 먹었다. 배가 고프긴 했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그 빵을 먹었는지 기억조차 없었다. 그날 자정이 다 돼 집에 도착해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었고 다음 날 아침식사도 일상처럼 잘 먹었다. 그런데 저녁 무렵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갑자기 배가 아파 응급실로 갔다. 세균성 장염이라고 했다. 며칠간 치료를 받고나서 내 의지로 다시 단식을 했다. 타인에 의해서 한 번, 내 의지로 또 한 번의 단식을 한 셈이다.

 전통의학의 하나인 단식(fasting)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대체요법이다. 단식이란 1일 200kcal 미만으로 섭취 에너지를 극도로 제한하는 방법이다. 종교적, 정치적 이유나 체중조절 등의 목적으로 음식과 음료의 섭취를 제한하고 물과 체내에 축적된 영양과 에너지를 소비해 생명을 유지하게 된다.

 금식ㆍ절식ㆍ벽곡이라고도 하는 단식의 원리는 신체의 대청소가 돼 있지 않는 상태에서 먹고 싶은 만큼 계속 먹어버리면 그만큼 몸에 부담을 주게 되고,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의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평안한 상태는 치병의 근본이 된다. 우리 몸속에 있는 독소와 노폐물을 내보내는 단식은 혈액을 청정하게 해 체질을 개선하고 인체의 모든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2천500년 전의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한 어록이 단식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믿음과 용기를 준다. 그는 “속을 비워두는 것이 병을 바로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알렉시스 카렐 박사는 이런 언급을 하기도 했다. “단식은 몸을 정화시키고 조직을 개선하며 독소를 배출하는 놀라운 기능을 하는데, 간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가 제거되고, 피하지방이 소모되며, 근육의 일부도 감소하지만 심장, 혈액, 뇌, 신경을 놀랍게도 정상적으로 유지한다”라는 것이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물질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부를 통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려는 자기중심의 채움에만 집착을 하는 경향 때문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다’라고 하는 것은 몸에 음식인 지기와 호흡인 천기를 보충해서 육신의 건강과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정신적으로 무엇을 먹는다’는 욕망의 충족을 말한다. 오늘날 인간이 추구하는 생존의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되지만 정신적인 욕구는 대중속의 고독이나 풍요속의 빈곤처럼 방치되면서 소외감과 외로움만 증가시키고 있다.

 인간의 고통은 스스로 놓을 줄 모르고 세상을 내 중심으로 살아가려는 집착하는 마음에서 시작되고 그 집착이 심할수록 고통은 배가된다. 사랑의 단식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관계와 자기중심적인 집착을 내려놓으면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스스로 시작한 단식은 육신과 영혼이 무엇을 얻겠다는 욕심보다는 “심신을 가볍게 했다. 깨끗하게 했다. 편안하게 했다. 치열한 사회생활에서 누구와 경쟁을 하고 주위를 의식하는 일상의 긴장보다는 자연의 순리에 자신을 맡겨 놓았다”라는 안도감이다. 단식은 어떤 다른 훈련보다 효과적인 자기 비움의 훈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배를 비우고 마음을 내려놓는 훈련이다.

 인간은 사랑과 수분을 먹고사는 나무와 같은 존재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는 삶은 불행하다. 제대로 된 사랑과 음식을 적절하게 섭취하지 못하거나 너무 과하게 먹으면 몸과 마음에 이상이 생긴다. 언제나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인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넘치는 사랑은 가능한 원래 모습대로 저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인간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을 통해 정신이 맑아지고 행복해지는 존재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기욕심을 버리는 단식을 한다면 그 단식이 자기를 사랑하고 이웃 사랑으로도 이어진다. 사랑의 단식은 인격적인 사랑이다.

 인격적인 만남과 감동은 상호간에 선악의 판단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함께 평생을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살겠다고 언약한 부부간에도 사랑의 단식이 필요하다. 서로가 받기만 하려는 사랑보다 자신을 비우고 내려놓으면 몸과 마음이 한결 정화된다. 몸과 마음의 단식으로 자신을 살펴본다. 비움의 상태에서 대상을 바라본다.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삶도 아름답지만 사랑하고 단식하고 사랑하는 삶도 의미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