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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는 아버지의 역할
다시 생각해보는 아버지의 역할
  • 이유갑
  • 승인 2017.02.01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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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 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갓난아기 때 아버지가 자주 목욕을 시킨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대인관계를 포함해 사회 적응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센트럴 런던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하워드 스틸(Howard Steel) 박사는 유아기에 아빠와 규칙적으로 목욕을 하지 않은 아이들 가운데 30% 정도가 나중에 심각한 교우 관계의 문제를 겪은 반면에 1주일에 3~4회 아빠와 규칙적으로 목욕을 한 아이들은 교유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3%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스틸 교수는 100쌍의 부모들이 낳은 자녀들의 성장 과정을 14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연구했다. 이 자녀들이 생후 1년, 18개월, 5년, 6년, 11년에 각각 조사하고, 마지막 14년인 되는 해에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분석했다. 결과에 따르면, 아빠와 목욕을 같이 한 경험이 적은 아이들 중에서 꽤 많은 아이들이 친한 친구가 없으며, 다른 아이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해답의 열쇠는 사람의 몸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oxytosin)’이라는 대뇌 신경전달물질 즉, 인간의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아이가 아빠와 목욕을 같이 함으로써 신체접촉이 이뤄지는데, 아빠와의 신체접촉과 따뜻한 목욕물이 결합할 때 문제의 옥시토신이라는 이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옥시토신은 여성의 출산에 관여하는 호르몬이기도 한데, 분만과 함께 모유 생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진정제를 맞은 것처럼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따라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사람들끼리의 보살핌과 어울림에 깊은 관련이 있다.

 스틸 박사는 “아이는 아빠와 목욕을 포함한 여러 신체활동을 함으로써 아빠와 교감하면서 엄마라는 세계를 넘어 사회로 접어든다”고 하면서, 아버지가 아이들과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가는 데에는 규칙적인 목욕이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유아기가 지난 아이들과 최소한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따뜻한 물속에 앉아서 나날이 커가는 아이들의 눈을 쳐다보면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라고 권하고 있다.

 최근에 율곡 선생의 어머니 신사임당을 주인공으로 해 방영되고 있는 TV 드라마를 보면서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지혜롭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이상적인 모델로 알려져 있는 신사임당(申師任堂)은 유교적인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던 조선 시대에 이미 시대를 초월한 교육관을 갖춘 여성이다.

 ‘사임당(師任堂)’이라는 아호는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성군(聖君)으로 알려진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太任)이라는 분을 스승으로 본받겠다는 바람이 들어 있다. 이렇게 훌륭한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고 율곡이라는 뛰어난 인물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회가 다원화되고 문물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신사임당과 같이 훌륭한 어머니가 있을지라도 혼자의 힘으로는 율곡과 같은 인물을 키워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지금 이 시대는 자녀교육을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역할을 나눠 서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뛰어난 혼자의 판단보다는 평범한 다수의 판단이 객관적인 사실에 더 가깝다는 사회심리학의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뛰어난 슈퍼 맘(supermom) 혼자보다는 자녀교육의 문제를 어머니와 아버지와 서로 의논해 가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오류를 줄이게 하는 현명한 길이다.

 아버지와 목욕을 자주 하면서 자란 아이들의 사회성과 사교성이 더 발달한다는 결과를 보면,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위해 아버지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역할들이 많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아버지가 변해야 가족이 변한다’는 책에 나오듯이, 어머니는 할 수 없는 아버지의 고유한 역할이 있게 마련이다. 가치관이 혼란스러워 자녀들이 마음의 중심을 잡기 어려운 이 시대에 아버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자녀교육에 나서야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녀교육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이유로, 은근히 귀찮다는 이유로, 또 아내에게 핀잔을 받거나 다투기 싫다는 이유로 더 이상 뒷전에 머물지 말고, 새해에는 각 가정마다 아버지가 자녀교육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사회적인 새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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