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9:12 (금)
트럼프 쇼크 대처법
트럼프 쇼크 대처법
  • 김혜란
  • 승인 2017.02.01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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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2017년에 들어섰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내전’ 중이다. 국민들은 ‘최순실 쇼크’에 계속 펀치를 맞고 내상이 너무 심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발 ‘트럼프 쇼크’가 내장이 썩고 아픈 우리의 복부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의 45대 대통령 트럼프가 취임 일주일 동안 3가지 행정 명령을 내렸다. 이민과 난민,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지 않는 주에 대해 행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또한 테러 위험을 이유로 이라크, 이란,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의 7개국 이슬람국가 국민에게 미국입국과 비자 발급을 90일 동안 막았다. 전 세계 공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려던 7개국 국가 무슬림들이 발이 묶였고, 강제송환 위기에 놓인 사람들도 있거니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살아온 이들 나라 사람들은 미국을 한번 벗어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물고문도 허용하고 비밀감옥도 다시 열 것이며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도 그대로 두는 행정명령에도 곧 서명할 거라고 한다.

 미국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특정 종교 가진 이들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막아야 한다는 영국, 아예 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이란 정부의 보복 등 미국과 우방이었던 나라들조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와의 국경지역에 314㎞의 장벽을 멕시코 돈으로 쌓자는 이야기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진시황제가 엮기 시작한 만리장성이나, 동독정부가 쌓은 베를린 장벽도 이 정도로 이상(?)하지는 않았다. 무슬림 국가 7개국 국민에게 비자발급을 거부하는 일 역시, 이민 온 영국인의 손으로 세워져서 수많은 인종들이 모여 이뤄진 미국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정치 초년생이지만 과연 그런 사실과 의미를 놓쳤을까. 절대로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정명령으로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뒤집어 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정명령 ‘90일’에 초점을 맞춰보자. 일단 ‘90일’ 동안 7개국 국민들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것은 90일이 지난 후에는 달라질 수 있다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90일 동안 당해보고 판단해서 어떻게 하면 계속 당하지 않을 수 있을지 너희 스스로 방법을 생각하라는 뜻은 아닐까.

 트럼프는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됐지만 그 이전에 평생 기업의 CEO로 ‘억만장자’의 부를 쌓았다. 그가 이룬 부가 ‘선하게’, 혹은 ‘점잖게’ 만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한 명도 없으리라 본다. 이민자와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국가의 정체성이나, 그동안 세계인의 경찰로 쌓아온 미국의 ‘선한’ 이미지를 없애려는 짓은 격에 맞지 않다는 등의 점잖은 충고는 당연히 통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그가 평생 써온 방법, 장사꾼의 장기인 ‘거래’의 기술로, 세계인을 상대로 스케일 큰 장사를 하려는 확률이 높다. 장사꾼은 어떤 의미에서는 냉혹하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다. 돈 대신 인간을 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이야기일 뿐이다. 자신이 굶으면서 남 걱정하거나, 내가 손해 보면서 ‘남 좋은 일’ 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장사꾼들 중에서도 책에 나올 만큼 특이한 사람이거나, 자신 배를 채울 만큼 채운 뒤에 나오는 행동이다.

 문제는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 쇼크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이다. 온갖 마케팅 책이나 자기계발 종사자들이 입을 모아 정조준하는 방법이 있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줘라!’ 그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음을 먼저 알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 하는 쪽에 조금이나마 물꼬가 트일 것이다. 그동안 미국을 상대하는 우리의 방법은 항상, ‘우리가 약자니 좀 봐달라’는 내용이 많았다. ‘혈맹시대’도 아니고 ‘형제의 나라’도 지났건만 오바마 전 대통령만 해도, 그동안의 정리를 봐서 우리의 약한 모습을 완전 무시는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트럼프는 장사꾼이고, 정치초년병인 그가 쓸 수 있는 무기는 이전에 충분히 익힌 ‘장사의 기술’이다. 장사의 논리만이 그를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할 수 없다. 크게 보면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결국은 자국의 정체성인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임을 다시 깨닫겠지만, 지금 미국의 대통령은 장사꾼의 정체성을 잡고 전 세계를 상대로 거래하려는 것이다. 물론, 미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임을 생각한다면 그가 이상한 자가 아니라 시대가 만든 선택인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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