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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 절대 미인은 없다
인류 역사에 절대 미인은 없다
  • 신화남
  • 승인 2017.01.23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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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미인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역사적,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걸 보면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이 가진 미의 기준 역시 그가 속한 사회 환경 속에서 형성된 것이고, 개인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민족의 독특한 미인 기준은 우리의 통념과 크게 다르다. ‘접시족’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무르시족은 입술을 찢고 그 속에 둥근 접시를 넣어 입술을 주걱처럼 튀어나오게 한다. 그들에게는 입술이 많이 나올수록 미인인 것이다. 미얀마의 카렌족은 목에 링을 여러 개 끼우는데 성장하면서 링의 수를 늘려 목을 사슴처럼 길게 만든다. 그들에게는 목이 길수록 미인이라는 가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볼 때 시대적으로 공통된 미의 기준은 있겠지만 그 가치의 절대적인 기준은 당시의 사회 상황이나 그 민족의 문화 특성에 따라서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시대별로 미의 가치 기준은 어떠했는지 미인을 찾아 시간 여행을 해보자.

 고대 그리스시대에는 지금과는 달리 엉덩이가 크고, 배와 가슴에 살이 많아야 아름답다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에는 다산과 풍요가 사회적 요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를 많이 낳아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성이 미의 첫 번째 기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식민지로부터 얻는 물질이 풍부했던 로마 시대에는 여성이 미를 가꾸는 것에 대해 관심이 컸다고 한다. 화려한 유형의 진하고 야한 화장에 일자 눈썹, 하얀 치아에 날씬하고 털이 없는 몸을 소유한 여성들이 미인으로 사랑을 받았다. 당시의 진한 화장은 귀족들 사이에서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정숙과 순결을 높은 가치로 평가하던 중세에는 작은 가슴과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 피부, 즉 성녀처럼 느껴지는 외모를 가진 여성들이 미인이었다. 가슴이 큰 여성은 성적 매력이 강해 정숙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 때문에 중세시대 그림에는 여성의 가슴이 부각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에 성숙미를 풍기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원뿔 모양으로 솟은 가슴이나 통통한 턱, 풍만한 허벅지를 가진 성숙한 여성이 미인이었다고 한다.

 19세기 말에는 말 그대로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세기말의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걸맞게 여성들 미의 기준도 유령처럼 핏기가 없는 피부에 야윈 몸매, 퀭한 눈, 파인 볼을 가진 여성들이 두드러지는 때였다.

 전쟁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2차 대전 직후에는 다산을 해야 하는 생물학적인 욕구가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큰 가슴, 두드러진 허리와 엉덩이, 굴곡 있고 풍만한 몸매, 뇌쇄적인 표정을 가진 여성이 미인으로 각광받았다. 이른바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성에 대해 솔직한 생각들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의 이미지가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중심인물이 바로 1953년 ‘플레이보이’ 창간호 표지 모델이자 배우였던 마릴린 먼로이다.

 20세기 후반에는 한마디로 개성적인 여성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인정받던 때이다. 이 시대에는 자연스러운 피부 톤을 드러내는 내추럴 화장, 안젤리나 졸리처럼 지적이면서도 섹시함을 겸비한 도시적인 여성이 눈길을 끌었다고 하겠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는 높은 코, 쌍꺼풀, 건강미 넘치는 피부, 근육질의 마른 몸매 등 서구적인 특징이 더 반영돼 또렷한 이목구비와 건강미가 느껴지는 몸매와 피부가 미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거기에 예전과 달리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살린 여성들이 미인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피부 가꾸기와 마른 몸매를 목적으로 부단한 노력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이제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서 정형화된 이미지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지 않나 싶다. 이 세기 내에서 미적 가치의 기준은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예측은 어렵다.

 시대적으로 미인의 기준을 볼 때 나름대로의 차이는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회의적인 분위기가 지배했던 시대를 제외하고는 공통적으로 피부와 상관이 있었다. 그리고 건강미가 넘치는 여인이 미인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시대를 넘어 예뻐지고 싶다면 운동을 열심히 하고, 피부부터 잘 관리해야 미인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거기에 내면까지 아름답다면 완벽한 미인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책 ‘미의 역사’ 서문에서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고 적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각 사회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성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즉, 미의 기준은 사람들 저마다 갖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이나 세계관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진정한 미인상! 그것은 남에게 편안함을 주는 인상일 것이다. 그 인상은 각자의 노력으로 바꿔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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