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7:08 (목)
대권판 무형의 지지세력
대권판 무형의 지지세력
  • 박태홍
  • 승인 2017.01.23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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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기자는 사실 그대로를 육하원칙에 의해 기사화한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느 위험한 현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함에 따라 언론매체도 다양해졌다. 신문, 라디오, TV, 케이블 TV, 위성방송, 인터넷 뉴스 등 제각기 나름대로 독자와 시청자들을 위한 뉴스를 생산해내고 교양 오락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수개월째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으로 각 언론매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특종을 찾아 또는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기자들은 열정을 쏟는다.

 각 사마다 기자들은 파트를 나눠 취재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나선다. 청와대, 국회, 헌재, 특검 등 각 부처별로 포진해 있는가 하면 각 정당별 출입기자들은 그 정당의 대권 주자들과 동선ㆍ일정을 같이 하기도 한다. 대권 반열에 오른 그들 모두가 뉴스제공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취재원이기에 그렇다. 이 때문에 그들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바짝 다가서 따라붙는다.

 요즈음의 특급 뉴스원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해 수사를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대권반열에 오른 정치인들에 해당된다. 모두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이기에 이들에게 향하는 국민들의 관심사는 물론이다.

 그중에서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거취가 최순실게이트와 관련된 피의자들의 향방과 맞먹는 취재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이 귀국에서부터 지금까지 그와 함께한 기자들은 각 언론사별로 숫자는 다르겠지만 오십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지하철 발권기에 만 원권 지폐 2장을 넣은 것이 포착되기도 했고 선친 묘소에서 퇴주잔을 음복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지하철 발권기 사용은 반 전 총장이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했기에 국내의 사회적 생활방식이 다소 서툴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은행이나 관공서 일을 자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급격하게 변한 사무처리 과정을 잘 알 수가 없다. 지하철 이용도 그렇다. 시골에 살거나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익숙하지 못하고 헷갈릴 수 있다.

 그러나 기자들은 이 같은 반 전 총장의 사소한 실수를 용납지 않았다. 기자들은 본 그대로를 가감 없이 기사화한 것뿐이다.

 그다음은 이를 TV로 시청했거나 신문을 읽은 독자들의 몫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하면서부터 나름대로 경호와 의전 인원을 줄이고 단출하게 대선 행보를 해나가려 했는데 실수 아닌 해프닝을 유발한 것이다.

 그리고 퇴주잔 음복은 우리 선대 때부터 행해져 오던 풍습이다. 제사나 성묘 후 조상에 올린 술은 친족 간에 나눠 마시는 말 그대로 음복이다. 그런데도 각 언론이 이를 비아냥거렸으니 반 총장으로서는 어떤 심사였겠나.

 돈이 없어 정당으로 들어가야겠다는 것도 그렇고 위안부 합의에 대한 애매모호한 그의 입장도 구설수에 올랐다.

 유엔사무총장 때와 지금 대권주자로서의 입장차이가 있는 것이다.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끝내고 쉴 겨를도 없이 귀국하자마자 대권행보를 시작하고 있는 것도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여겨진다. ‘국민이 원하니깐’, ‘나를 따르는 집단이 있으니깐’이라는 전제가 붙겠지만 이 모두는 표심을 얻기 위한 하나의 어설픈 과정에 불과한 것이리라.

 그를 옹립하려는 대다수의 인사들 중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데 왜 이 같은 사소한 구설수에 올라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3불을 고집하는 것도 정치교체를 주창하는 것도 서민들의 가슴에 확 와 닿질 않는다. 지금 이 시대가 바라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의 화두조차도 없다.

 반 총장 역시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사람이나 고구마는 사이다가 없으면 목이 멘다는 그들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 이곳 진주에서도 반 전 총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를 옹립하려는 조직적인 활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기성 정치인들보다는 신선함이 있기에 반 전 총장을 내심 따르는 무리들도 늘어나고 있다.

 근데 반 총장의 귀국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뭔가 명쾌한 일성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권의 향방은 구정 전 친인척 가족 간의 밥상머리에서 어느 정도 결정지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심은 유형의 지지세력보다 무형의 지지세력이 결정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금 대권 반열에 오른 몇 사람이 그대로를 유지할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연대를 통한 다크호스가 등장할지는 알 수가 없다.

 대권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민심의 동요를 일으켜야 한다. 대권 주자들은 국민들이 ‘아하’ 하고 느낄 수 있는 역발상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일단 짜리 가십에 흥분해서는 안 된다.

 기자들은 정치인을 가까이하고 정치인들은 기자들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인은 뉴스제공원이기에 기자들이 따를 수밖에 없고 정치인 또한 유리한 기사를 갈망하기에 서로 간 이해관계를 공생관계로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기자들의 속성이 좀 그렇다손 치더라도 기자와 정치인은 한 시대의 틀을 잡고 엮어 가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가야 할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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