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0:24 (금)
대선가도 ‘촛불 시민 의식’ 없나
대선가도 ‘촛불 시민 의식’ 없나
  • 서울 이대형 기자
  • 승인 2017.01.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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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ㆍ2위 지지도 잠룡 잇달아 수난 우려 봉하마을 반기문
盧 지지자 큰 항의 구미 찾은 문재인 朴 지지자 車 저지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려고 하자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등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경찰 경호를 받으며 묘역으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시위에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대선가도에서 실종되는가.

 보다 나아진 대선 문화를 조성해야 할 시민들이 상대 후보들 방문을 막거나 항의하는 등 ‘퇴보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일부 정치인들도 상대 후보의 무차별 비난에 앞장서면서 시선은 탐탁지 않다. ‘탄핵정국’ 이후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대선이 초반부터 비방수위를 높여가며 서로 헐뜯고 있는 분위기다.

 17일 5년여 만에 봉하마을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일부 지지자들은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며 반 전 총장을 반긴 반면 플래카드 문구에는 반 전 총장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감을 그대로 보여줬다.

 손피켓 등에는 ‘배은망덕’, ‘반기문은 한국을 떠나라’, ‘기름장어’, ‘할머니들의 피눈물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등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했다. 참여정부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유엔 사무총장이 당선되고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원죄’에 대한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일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반 총장을 따라가며 피켓을 들고 항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반 총장 지지자와 반대 시위대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구미시청에서 경북기자간담회을 연 뒤 시청마당에서 승용차를 탔으나 박근혜 대통령 지지단체 시민 200여 명이 차를 막고 있다. 문 전 대표가 탄 차량은 25분여 만에 시청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연합뉴스
 반 전 총장은 권양숙 여사와 만나 “이제는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사생결단으로, 죽기살기식으로 정권만을 잡겠다는 정치는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일 경북 구미시청 주차장에서 ‘박사모’ 회원 등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탑승한 차량을 가로막았다. 일부 시위자들은 차 앞에 앉거나 드러눕기도 했다. 태극기를 흔들며 ‘문재인은 빨갱이’,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최근 박 대통령 탄핵 국면에 들어서고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면서 이른바 ‘빠ㆍ사ㆍ모 정치’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응원을 목적으로 결성된 일부 ‘팬클럽’이나 지지모임의 활동이 도를 넘어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폐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와 함께 정치인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봉하마을을 방문한 반 전 총장의 방명록 문구를 문제 삼으며 “반기문의 몸개그가 웃프다. 2만 원 지폐, 방명록 베껴 쓰기, 턱받이, 퇴주잔 논란까지 반반인생의 버라이어티 폭소대잔치로 코미디업계가 울상이다. 왜 대선 출마자격을 국내거주 5년 이상으로 했는지 실감한다. 멈출지 모르는 몸개그에 국민들은 웃프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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