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화장실에 갔다. 반쯤 열린 문으로 좌변기 뒷면에 누군가 묻힌 변이 보였다.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뒷사람에게 불쾌감을 갖게 한 것이다. 남의 것도 아니고 내가 눈 것인데 잘못 조준을 했다면 휴지로 갈무리를 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대로 두고 나가 공동체에 피해를 끼친 것이다. 몇 년 전 일본에 간 적이 있었다. 학문의 신을 모신 신당 공중화장실에 수학여행을 온 중학생 또래들이 몰려들었다. 야단법석 뛰어들어와서는 하나같이 소변기에 바짝 붙어 오줌을 누던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지난해 한 해 경남지방경찰청 112신고 접수 건수는 총 108만 4천059건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로 전국 17개청 중 6위권에 해당됐다. 그중에서 출동 건수는 59만 1천723건이고, 비출동 건수는 49만 2천336건이다. 현장출동 건수 59만 1천723건 중 긴급신고는 11만 9천561(20.2%)건이고 비 긴급신고는 47만 2천162(79.8%)건인데, 긴급신고 중 가정폭력과 절도가 전체의 90.5%이고 다음이 성폭력ㆍ납치 감금ㆍ아동학대ㆍ살인ㆍ강도ㆍ치기 순으로 발생했다. 재범률이 높은 가정폭력이 64.6%로 위축된 사회 분위기 탓에 계속 증가추세에 있어 각별한 관심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퇴직한 선배가 한 말이 생각난다. “앞으로 화장실에 앉아 화장지를 갖다 달라”할 날이 온다며 경찰의 역할을 언급했다. 예전에는 도둑만 잘 잡아주면 최고였지만, 요즘은 신고자가 원하는 모든 일을 해결해 줘야만 겨우 체면치레란다. 전체 112신고 접수된 절반에 해당하는 비출동 건수 중에는 누가 봐도 ‘사소한 사건’인데도 화풀이 또는 민원해소용으로 신고한다. 이웃집 간 소음에다 주차 해결을 요구하는가 하면, 같이 술을 먹다 사라졌는데도 찾아보지도 않고 신고한다. 어떤 이는 2층집에 올라가기 어렵다 도움을 요청하다 아예 대놓고 경관 요청이다.
112는 긴급 범죄신고다. 112로 신고하면 접수는 창원에 있는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사안별 코드를 부여, 사건관할 경찰서로 하달한다. 치안 수요를 따지면 진주경찰서와 버금가는 곳이 김해중부경찰서인지라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악’ 여자의 비명소리와 같은 다급한 신고에 대처키 위해 사무실 벽면에 “시간이 생명이다. 1초라도 더 빨리”를 부착해 놓았다. 세태가 바뀌어 경찰을 심부름센터 직원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해도 도를 넘는 황당한 민원도 언젠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며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긍정의 에너지를 찾는다. 한번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의 질책 또한 더욱 잘하라는 애정 담긴 채찍으로 알기에 모든 잘못은 내 잘못으로 칭찬은 조직에 돌리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