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개입' 입증돼야…삼성 "대가성 없고 청탁도 없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삼성이 최순실씨 측에 건넨 돈의 성격을 우선해서 살펴볼 전망이다.
최씨 측으로 흘러간 돈의 성격이 뇌물인지,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돈인지에 따라 삼성과 이 부회장의 법적인 지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 측 유령 회사인 독일의 비덱스포츠(코레스포츠의 후신)에 건넨 35억원의 컨설팅 비용이나 삼성전자 명의로 구입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명마 비타나V 등을 '뇌물'로 보고 있다.
형법은 뇌물을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받은' 금품이라고 규정한다. 삼성이 최씨 측에 지원한 자금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뒷돈이고,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지원을 결정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법원 영장심사에서는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었던 합병을 목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민원을 넣으려고 최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이 소명돼야 한다.
반면 최씨가 대통령을 통해 삼성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압력을 행사해 돈을 받아냈다고 인정될 경우 삼성은 '강요·공갈' 행위의 '피해자' 측면이 부각된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박 대통령의 협박과 강요·공갈에 가까운 요구 때문에 최씨 측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지원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삼성은 영장심사에서도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을 '압박과 강요에 의한 것'으로 주장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최씨 등을 구속기소하며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으로 보고 강요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은 공소장에 '피해자'로 명시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재단 출연금과 별도로 이뤄진 비덱스포츠 지원과 관련돼 있어 기본 전제나 사실관계가 다르지만, 어쨌건 특검팀과 삼성 측은 '강요·압박' 내지 '강제 지원' 프레임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류는 특검팀이 영장을 청구한 직후 삼성이 발표한 입장 자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삼성은 "대가를 바라고 (비덱스포츠를) 지원한 일이 결코 없다"며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리라 믿는다"고 밝혀 영장심사에서 대공방을 예고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비덱스포츠 지원을 사전에 알고 적극적으로 지시하거나 적어도 묵인한 사실을 특검팀이 입증할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실무진이 스포츠 인재 육성 필요성 등을 검토해 결정했을 뿐 이 부회장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비덱스포츠 지원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동안 최씨의 존재를 몰랐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도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이 안종범 전 수석의 재판에서 공개한 조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이 처리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은 모른다"며 기금 출연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증언과 달리 합병을 위해 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위증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도 적용했지만, 이 부분도 영장심사에서 사실관계를 둘러싼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