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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고민들
새해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고민들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7.01.01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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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새해 우리는 최순실 게이트가 남긴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는 고단한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돈도 실력이라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 세워야 하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적폐에 도전해야 한다. 여기에다 양극화, 노령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추락하는 경제에 날개를 달아 줘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해야 하고, 줄서기를 강요하는 美ㆍ中 사이에서 안보와 경제를 지켜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도 풀어야 한다. 무너진 국가시스템을 재건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것도 게을리할 수 없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은 없지만 우리에게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시간도 없다. 하지만 기대고 싶지 않지만 대안이 없다. 우리는 또다시 손가락질하던 삼류정치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새해 우리는 또 다른 고민과 마주해야만 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맞는 정치의 계절에서 정치권은 우리 국민들을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리고 흔들어 댈 것이 뻔하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국민을 몽롱하게 만들 것이다. 뜬구름 잡는 정책, 여물지 않은 정책들을 대안이랍시고 내놓고 국민들을 현혹할 것이다. 목표만 있고 방법론은 없는 정책, 폐해는 감추고 효과만 부풀린 정책, 예산 대책 없는 퍼주기 정책들이 난무할 것이다. 때로는 균형, 정의, 복지, 균등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발전, 성장,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을 위협할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식 대외정책들이 민족과 자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굴종과 자주 중 택일하라고 윽박지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봤듯 대선주자의 검증은 수박 겉핥기식이 될 공산이 크다. 설혹 이런저런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흑색선전이니, 색깔론이니 하면서 물타기 할 것이 뻔하다. 아니면 말고 식 음해공작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진실은 감춰진 채 억측과 정치공세만 난무할 것이다. 국민들은 또 한 번 이들이 벌여놓은 무대에서 꼭두각시 춤을 춰야 하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 썩어빠진 정치권이 국민들을 이 정로만 흔들지는 않는다. 지역 정서에 호소하고 보수와 진보를 외치며 국민들을 편 가르기 하고 줄 세우려고 할 게 뻔하다. 입으로는 화합을 외치면서 뒤로는 국민들의 적개심을 불태우고 국민을 진영논리에 가두려고 할 것이다.

 이 모든 도전을 견뎌내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뒷걸음질하는 대한민국호를 제 궤도에 올려놓을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답하기 위해서는 올해 우리는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어쩌면 자신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고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에 직면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정치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에 매몰돼 있었다면, 특정 정파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다면 이제는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의 3류정치에 내 책임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우리의 정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자 한다면, 정치혁명을 원한다면 그래야 한다.

 변화는 지지하지 않았던 정파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알고자 하지 않으면 변화도 없다. 지지하던 정파도 새로운 시각에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봐야 그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안다. 그러나 정치권이 친절히 길 정보를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말자. 자신들의 허술함을 솔직히 드러내고 고백할 정치인들이 아니다.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는 그럴듯한 말 뒤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어디로 가고자 하는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느냐고, 너희는 누구냐고 끊임없이 따져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매우 당연한 말이지만 주인이 주인답지 못하면 머슴은 주인을 깔보게 마련이다. 주권자가 주권자다워야 머슴들이 정신을 차리고 제 몫을 한다. 지금까지 경험해 왔듯이 정치는 결코 내 삶과는 무관한 극장 스크린의 이야기가 아니다. 새해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은 우리가 잉태한 것들이다. 몇 년 뒤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한탄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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