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사유하고 탐구하는 인간을 만들어 준다. 책을 가까이하고 늘 책을 읽는 사람의 품성은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과는 다르다. 독서는 우리 자신의 근심과 걱정, 시름을 털어내 주고 미래의 희망을 열어 주고 인생과 세계를 객관적인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다. 자기 생각만이 옳다는 편견을 갖기 쉽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화시키고 유혹 시키면서 세계관을 갖게 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기 합리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독서는 그러한 위험을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책에는 음료수처럼 훌훌 마셔서 좋은 글이 있는가 하면 죽처럼 대충 씹어 삼켜서 좋은 글이 있고 두고두고 음미해야 할 글이 있다. 진리로 가는 길 찾기로서의 독서는 천천히 충분히 시간을 두고 소화시켜야 한다. 어제의 모든 고달픔과 쓰라림을 어둠에 묻어 버리고 새롭게 밝아오는 안개 걷힌 새벽빛처럼 백지의 마음이 돼야 한다.
독서의 깊이는 체험의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연령과 환경,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적절한 책을 만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사랑했다. 책에 대한 사랑은 머리가 하얀 지금에도 계속되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이유와 열정은 삶을 기름지게 하기 때문이다. 독서는 우리의 삶을 푸르게 하는 엽록소와 같다. 현대인의 생활은 사실 문자와 더불어 사는 생활의 연속이다. 그것이 컴퓨터라고 해도 문자는 읽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읽는 사람은 없다. 인류 문화를 창조한 심오한 철학책이라 할지라도 결국 한 문장 한 문장이 모여서 이뤄진다.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을 만나 대립과 병렬, 그리고 반발과 부연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며 작은 시내를 이루고 그 시내는 강물을 이루고 저수지를 만든다.
책 읽기의 기본은 문장을 읽는 것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을 헤아리면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쏟으면서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맛을 보고 삼켜야 할 책이 있고 씹어서 소화해야 할 책이 있다”고 말했다. 양서와 악서를 지칭하는 말이다. 정보화 시대인 오늘날에는 남보다 빨리 많은 양의 지식을 터득해야만 삶 속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많은 지식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강력한 핵무기인 것이다. 부족함이 많은 사람일수록 책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잘 찾아낼 수 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다. 청빈한 집안에 감도는 서책의 빛깔과 향기야말로 값진 가풍이다. 과학과 물질문명의 발달과는 반비례로 인간의 정서가 메말라가고 인간 상호 간 불신의 골이 깊어져 간다는 비판이 팽배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독서 결핍증이 곧 사고(思考) 결핍증을 가져왔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말 없는 스승이다. 성급한 꾸지람도 그렇다고 포기하는 일도 없이 언제나 한결같은 목소리로 우리를 일깨우는 영원한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