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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향한 발걸음, 여기서 멈추지 마라
내일 향한 발걸음, 여기서 멈추지 마라
  • 원종하
  • 승인 2016.12.14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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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통상학부 교수 토요 꿈 학교 대표
 한 달 반 동안 나온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상상 이상이다. 아니 최순실이 이 나라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주변에는 젊어서 고시를 패스한 똑똑한 관료와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 그리고 공부를 한 만큼 한 교수들이 포진돼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또 어떻게 이런 무능하고 무책임한 결정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든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의원 234표를 얻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정사상 2번째 대통령 권한 정지로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을 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더 지루한 법리(法理) 싸움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지금부터 우리 국민이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느냐에 달렸다.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경제는 예측불허의 터널을 지나야 할지 모른다. 대통령을 탄핵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매주 전국에서 모이다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으니 “이제 이만하면 됐다”는 안도감이 밀려오면 그것으로 끝이다. 한순간 방심하면 그동안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가 돼 토요일마다 들었던 촛불의 가치는 온데 간데 없어질 것이다. 다시 마음을 잡아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기억해 다시 세워야 한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야 한다. 아니 더 지속적이고 깨어있는 행동으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해나가야 한다. 이제부터 거세질 동정론과 경기의 어려움, 국정의 안정, 안보 불안 등으로 국민의 마음에 파고들 반작용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틈을 주면 안 된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연대의 힘은 더 강해져야 하고 더 필요하다.

 인간의 생각은 직관적 사고와 계획적 사고가 함께 존재하는데 무엇이 우선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간다. 심리학자이자 지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자신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생각의 2가지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직관적 사고와 계획적 사고가 대표적인 유형이다. ‘직관적 사고’는 아주 빠르게 작용하는 시스템을 따라가고, ‘계획적 사고’는 더디지만 심사숙고하는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유형은 서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서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방법은 “자신이 인지적 지뢰밭에 있다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마음을 진정한 후 시스템 2에 지원군을 요청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기술을 결합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성적 사고(left brain)와 이상적 자질(right stuff)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좌뇌, 즉 이성적 사고는 문제 해결에 대한 계획적이고 분석적인 접근법을 축약한 용어로서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분석과 냉철한 추론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물론 훌륭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하고, 경계를 넓혀 이전에 해왔던 영역을 넘어서야 한다. 다시 말해 이상적 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적 자질은 위험을 이지적으로 관리하는 능력과 연관돼 있다. 최고의 인재를 널리 구하고, 자기와 다른 참모를 기용하고 다름은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자기와 유사한 사람을 선호하고 그런 사람을 가까이 두려 한다. 유사성의 오류이다. 권력이 많거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중의 하나이다. 똑같이 예스만을 하는 사람을 과묵하거나 충성심이 높다고 생각하는 현혹 효과에 스스로를 가두기 때문에 제대로 보일 리가 없다. 거기에 함정이 있고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곁에 위임받지 않은 사람이 권력을 남용하거나 일을 봐준다는 핑계로 거간꾼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봐야 한다. 아니면 비선조직을 선호하거나 공식적인 조직을 무력화시키고 일을 추진하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들은 또 다른 최순실의 아바타가 될 것이다. 올바른 결정은 자리의 높고 낮고, 권력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이성적 사고라는 분석과 이상적 자질이라는 야망이 조화롭게 결합될 때 내려진다는 평범한 원리를 알아야 한다. 내일을 향한 발걸음, 이제 다시 시작이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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