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화훼농가 잡는다
김영란법이 화훼농가 잡는다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6.12.0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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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개월 고사 직전 도내 경조사 수요 급감 정부차원서 육성을
▲ 최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소비부진으로 경남지역 화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진은 김해지역 한 소매업체 모습.
 “이렇게 빠르게 무너질 줄은 몰랐어요. 이런 추세라면 어떤 농가가 버틸 수 있을까요.”

 1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여파를 묻는 질문에 정모(50) 씨가 5천950㎡ 넓이의 거베라 비닐하우스를 보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김해시 대동면에서 20년째 화훼농사를 하고 있는 정씨는 경남지역 화훼농사 상황을 ‘고사 직전’이라고 표현했다.

 정씨는 “지난여름 무더위와 가을장마로 올해 거베라 수확량이 평년 1천200~1천600단(1단 10송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며 “보통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9월 초 1단에 6천원 하던 것이 지금은 2천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결혼식 등 행사가 많은 10월은 화훼농가의 최대 성수기지만 이 시기에도 거베라 1단 가격은 4천500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김영란법 시행 이후 경조사용 화환이나 난, 꽃바구니 등의 선물 수요가 급감하면서 꽃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그마저도 수요가 없어 유찰되기 일쑤여서 경남지역 화훼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격이 내리긴 대국도 마찬가지다. 9월 초순께 1단(20송이)이 7천원가량이던 대국은 현재 절반 수준인 4천원대로 떨어졌다. 10월 성수기에도 4천500원선을 넘기지 못했다.

 꽃다발 인기 품목인 장미 가격도 9월 초 1단(10송이) 7천원에서 현재 4천원 대로 떨어졌다.

 장미를 10년이 넘게 재배 중인 최모(51) 씨는 “모종값이나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하나도 없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화훼농협 경제사업장의 경매 가격에서도 법 시행 후인 지난달 30일은 시행 전인 지난 9월 2일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꽃 소매업체들도 법 시행 이후 매출 급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김해시청 앞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1) 씨는 “하루 30만 원 매출이 5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거래하는 화훼농가의 경우 직원 2명을 줄였고 우리 역시 1명을 줄였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때문에 정부ㆍ지자체 차원에서 화훼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종하 인제대 글로벌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경조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꽃이여서 김영란법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꽃 소비 문화 활성화를 도모하고 정부ㆍ지자체가 화훼 산업 육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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