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 99% 게임’
‘1% 대 99% 게임’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6.12.01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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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국장
  “우리는 99%이다”고 외치며 미국 월스트리트를 점령(Occupy Wall Street)하려는 운동은 못 가진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2011년 미국 금융계의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든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정의를 세우려는 고마운 행동을 하고 있다면, ‘월가 점령 운동’은 경제적 정의를 요구하는 처절한 행동이었다.

 99%에 속하지 않는 1%는 부자 중의 부자다. 이들은 99% 서민층과 대비되는 슈퍼 부자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지난 7월 밝힌 금융자산만 10억 원 이상인 슈퍼 부자는 총인구의 0.41%인 21만 1천명이다. 이들의 연평균 가구소득은 2억 6천만 원이다. 미국에선 지난 2010년 기준 연간 소득이 35만 달러이면 상위 1%에 포함된다. 이들 가운데 33%는 기업체 임원이고, 14%는 금융 부문 종사자다. 이 밖에 16%는 의사다. 이들 슈퍼 부자가 미국 경제력의 40%를 지배하고 있다. 1%가 한 나라의 경제를 즉, 먹고사는 문제를 절반 정도 좌지우지하다 보면 나머지 사람들이 열을 안 받을 수 없다. 극소수에게 부가 몰리는 소득 불균형이 커지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실제 소외계층은 복장이 터져 오래 못 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부가 한쪽으로 너무 쏠리지 않게 하는 진정한 경제 민주화가 필요하다.

 요즘 한국 경제 촛불이 꺼질 듯 말 듯 위기 상황이다. 자칫 바깥에서 바람의 조금만 더 세게 불면 촛불이 파르르 떨며 숨을 거둘 태세다. 하지만 경제를 돌볼 여유가 없다.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밝혀지는 촛불은 경제가 아닌 정치를 바로잡고자 타고 있다. “우리는 99%이지만 1%에 농락당하진 않겠다”는 분노와 눈물이 촛불에 어려있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누구한테 조종당하길 싫어한다.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만들고 국가를 만들면 반드시 리더가 필요하다. 우리 국가의 최고 리더인 대통령이 촛불에 흔들리는 현실은 안타깝다. 대통령의 통치를 받은 줄 알았는데 실제 그 뒤에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나를 조절했다고 생각하면 99%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 분노는 지극히 당연하다. 성공적인 리더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카리스마다. 그리스어로 ‘기적을 일으키는 힘’ 혹은 ‘남에게 영향을 끼치는 능력’ 등 여러 뜻이 들어있다.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는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종종 권위를 부정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부적절할 수도 있지만 조직을 통솔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정치적 힘을 쥐고 있는 1%가 99%를 이끌어가기 위해선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지만 특히 정서적 유대감을 보여줘야 한다. 권력은 쥔 내가 여러분들과 다르지 않다는 표시는 말투와 행동에서 나타난다. “나는 여러분의 어려움을 잘 압니다”라고 말하면서 어려운 현장에 손을 잡고 사랑과 희망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최고 리더는 99%와 유대를 가지기보다 1%에 마음을 더 뒀다. 그래서 지금 “청와대를 점령하자”고 외치고 있다.

 바람결을 타고 전국을 휩쓰는 “퇴진하라”는 소리는 분명한 99%의 목소리다. 이 목소리 바람이 정치권에 들어가 여러 가지로 변형돼 정파에 따라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이 목소리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제대로 결정했으면 될 텐데, 그 공을 국회로 넘기면서 각 정당은 그 공을 이리저리 굴려 자기들 골대에 넣으려 하니 제대로 일이 돌아갈 리 만무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1일 발의와 2일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이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야 3당이 탄핵 일정을 놓고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야 3당은 탄핵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같은 목소리를 낼 줄 알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99% 목소리는 실제 소리는 크지만 그 힘이 작다는 속성이 있다. 아무리 청와대를 뺑뺑 두르고 목이 터져라 외쳐도 바람에 실려 온 그 목소리는 영속하지 못하는 짧은 울림이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고 외친 그들은 여전히 윌스트리트를 보며 한숨을 짓는다. 99%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거대한 금융경제를 어찌할 수 없다. 금융 핵폭탄이 잘못 터지면 전 세계에서 수조 달러가 단숨에 날아간다. 수십만 명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는다. 가공할 만한 유력에 따른 후폭풍을 그대로 받는 쪽은 99%인 보통 사람들이다. 1% 사람들이 하는 금융경제 게임에 99%가 희생이 된다.

 오는 주말에도 광화문뿐 아니라 전국에서 촛불이 타오른다. 99% 외침은 변함이 없지만 그 외침은 의도대로 날아가지 않고 배배 꼬여서 이상한 소리로 들려올 공산이 크다. 지금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청와대를 점령하자”고 외치는 99% 사람만이 허탈한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그게 99%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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