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2 11:10 (수)
욕망은 스스로 길을 만든다
욕망은 스스로 길을 만든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6.11.10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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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국장
 ‘꿈은 스스로 길을 만든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꿈 꿈 꿈’ 하니까 되레 꿈이 삶을 더 어지럽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꿈 대신 욕망을 넣어 ‘욕망은 인생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라고 하면 수긍할 사람이 더 많을 듯하다. 인간의 욕망은 인류사를 통해 끊임없이 분출했다. 강대국은 욕망을 바깥으로 내뿜으면서 작은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었고, 개인은 만족이 되지 않는 부를 쌓으며 욕망을 달랬다. 현재 개인의 욕망이 얽히고설켜 우리 사회는 거대한 싸움터가 됐다.

 우리 시대 ‘영웅’들이 실망을 안기고 있다. 꿈과 욕망을 좇는 우리에게 영웅은 허탄한 가슴을 채워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우리를 대신해서 열심히 싸워 엄청난 기록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 기록이 개인의 기록이든 인류의 기록이든 많은 사람들이 그 기록을 자신의 것인 양 대리 만족한다. 우리가 믿던 영웅이 배신을 하면 대중은 울부짖을 수밖에 없다. 이런 배신은 삶의 존립 목적을 깡그리 허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욕망에 사로잡힌 영웅들의 몰락을 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길거리에 촛농이 떨어지고 있다. 촛불이 자기를 희생해 다른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사명으로 길거리를 밝히지 않는다. 이글거리는 분노의 눈초리를 촛불이 대신해 하염없이 일렁거린다. 대통령이 아바타였다면 우리들이 지금까지 바라본 영웅은 허상이다. 우리의 욕망을 담아 풀어준 우리의 우상이 실체가 아니었기에 분노한다. 젊은이들은 살맛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치인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내세운다. 당연히 꺼져가는 욕망의 불에 달아오르는 욕망의 불이 붙으면 충돌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 충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욕망의 충돌은 한쪽이 꺾여야 사그라진다.

 매일 현재의 역사를 써 가는 신문만큼 재미있는 매체도 드물다. 1면 톱기사 헤드라인의 강렬한 힘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꽂힌다. 지금 미국을 넘어 전 세계는 ‘트럼프 신드롬’에 빠졌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9일 자 1면에 ‘Stunning Trump Win’이라는 헤드라인을 대문짝만하게 뽑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트럼프 승리’를 말한다. 아무도 예상 못한 승리를 두고 놀라운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뉴욕포스트는 ‘President Trump?!’로 놀라움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맞아(?) 맞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1면에 ‘President Trump’로 단순하게 제목을 달고 트럼프 사진의 뒤에 검은 배경을 깔고 음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하튼 모든 신문이 뜻밖의 영웅 탄생을 달가워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 주류 정치인에게 핵폭탄 같은 충격을 줬다. 많은 지식인들은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고백했다. 주류 언론들이 힐러리 클린턴이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유세를 떨 때 새로운 영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숨은 백인 표가 트럼프의 욕망에 날개를 달아줬다. 트럼프가 부동산 비즈니스로 억만장자가 되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 숱한 역경을 넘었다. 그의 거침없는 욕망은 그의 삶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이다. 그의 여성 편력은 유명하다. 유세 기간에도 그의 음흉한 행동과 말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됐다. 단순 논리로 그가 대통령 당선의 이유를 풀면 100% 욕망의 사나이이었기 때문이다. 거침없는 욕망이 ‘프레지던트 트럼프’로 서게 했다.

 우리의 영웅은 착하지 않다. 이를 뒤집으면 나쁜 사람이다. 실제 나쁜 사람이 영웅의 옷을 입고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리의 영웅은 하얀 옷을 입은 천사가 아니고 광명한 옷을 입은 악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욕망을 거침없이 뿜어내는 사람이 우리 사회를 휘어잡는다. 착한 사람이 무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사회는 욕망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길을 만들어간다. 정치권에서 서서히 오그라드는 ‘큰 힘’과 함께 욕망도 흩어지고 있다. 이 자리를 다른 영웅이 차지하고 거침없이 욕망을 뿜어낼 것이다. 많은 사람은 또 다른 욕망의 분출을 보며 환호하고 박수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나쁜 영웅이 떠나면 다른 영웅이 온다. 그 영웅이 앞의 영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욕망 분출의 연장 선상에서 보면 큰 탈이 없다. 욕망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 오늘까지 왔기 때문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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