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05 (금)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10.30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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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되풀이되는 게 역사인 듯 민비와 진령군(무당)패러디가 화제다. 조선의 국모라지만, 모두가 존경의 대상은 아니듯 민비 또한 생전에 국민의 원성이 잦았다. 권력에 끊임없이 심취했고 일가친척들 역시 그 장단에 춤추다 발발한 것이 임오군란이다. 가짜 장례식을 치르는 등 성난 민심에 살해될 뻔한 민비가 시해당하기 13년 전인 1882년, 피난지에서 만난 무당과의 스토리다.

 #대원군이 선택했지만 조실부모한 한 소녀(민비)는 왕비가 된다. 그의 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지만 그 파란만장은 나라를 막장으로 몰아갔던 세월의 총합과 마찬가지였다. 총명이 넘쳐흘렀다지만 그 총기와 지혜가 향한 것은 나라와 백성의 평안이 아닌 권력이었다. 대원군도 일순간, 민씨(민비)세력으로 권력이 바뀐다. 형제가 없으니 세도 부릴 외척도 없으리라 믿은 대원군이지만, 권력은 사돈의 팔촌을 형제보다 더 가깝게도 만들었다. 양자로 입적한 민승호를 비롯한 그들은 민비를 중심으로 대원군을 몰아냈다. 그때 민비는 이조, 호조, 병조를 중심으로 민씨를 서른 명 넘게 포진시키는 등 그들 세상이나 다를 바 없었다. 병조판서 민겸호는 민승호의 아우였고 일본과 협력, 신식군대인 별기군을 설치, 월급(쌀)을 꼬박꼬박 챙겨준 데 비해 구식 군대는 급료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그나마 지급한 급료가 쌀 반 모래 반인 것에 폭발한 게 임오군란이다.

 구식 군인들은 민겸호의 집을 습격, 곳간에 가득한 값진 재물에 불을 지른다. 황현(매천야록)에 따르면 ‘비단, 주옥, 패물들이 타 불꽃에서는 오색이 나타났고 인삼, 녹용, 사향노루가 타면서 나오는 향기는 수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민겸호는 중전마마(민비)를 부르짖었지만, 난도질당해 죽는다. 화난 민심에 가짜 장례식을 치르고 사(死)함을 공표, 임오군란은 막을 내린다. 색시로 위장, 피난길에 나선 그를 두고 “민씨인지 여우인지 그년 때문에 고생한다”며 험담한 노파의 마을을 몰살시킨 표독함과 달리, 환궁날짜를 택일, 그게 맞아 떨어졌다고 자칭 관우의 딸인 무당은 파격의 주인공이 된다. 군(君)칭호에다 민비를 등에 업고 관찰사와 사또 등 벼슬에 임명시키거나 내쫓는 등 무당의 전횡을 패러디한 콘텐츠다.

 #이 사건이 회자되는 것은 강남 아줌마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등 국정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두고 대통령과의 관계를 풍자ㆍ조롱하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에 대한 성난 민심도 들불처럼 번지는 모습이다. 국정농단 파문이 터져 나온 후 첫 주말인 지난 29일 서울 도심에서 정권퇴진을 주장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타오르기도 했다. 전주에서는 버스 경적이 3분간 이어졌고 부산과 광주, 울산, 제주 등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성난 민심은 청와대를 정조준하는 등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 지경에 이르자. ‘친박’은 ‘최순실 거리 두기’에 나선 듯, 모르쇠다. ‘홍위병’처럼 맹목적인 행태를 반복해 왔고 아집과 오만을 그대로 추종하는 데서 나아가 미르ㆍK스포츠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도 가로막은 그들이다. 김무성 의원은 “대통령 옆에 최순실이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몰랐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직 의원은 “몰랐다고? 개, 소가 웃을 이야기다. 잘 알고 있었지만 권력 나눔, 즉 ‘잿밥’에만 관심을 가졌고 약점 있는 대통령이라면 더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출신 친박이라면 몰라도 실세친박, 그들이 모를 리 있었겠는가.

 #본질은 총명했다지만 권력에 민감했고 불행했다지만 그 비극의 궁극적 책임은 민비에 있듯 국정농단으로 인한 분노와 좌절감, 배신감 등 복합적인 표출은 대통령에게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안위만 생각하는 영혼 없는 공직자, 정치권 부나비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윗선과 교감에 의해 출마했고 메시지를 받았다”며 지난 2014년 제10대 지방선거에 나선 박 모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중도 사퇴한 논란에도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등 부지깽이도 당선된다는 경남에서 당선된 ‘경남 출신 친박’ 모두는 입을 닫고 있다. 권력의 줄을 잡으려 한 핫바지일지라도 국가적 위급상황에도 꼼짝 않는 그들 때문에 도민들이 쪽팔릴 지경이다.

 #문명은 야만의 종식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민비가 간 지 올해로 121년, 지난해가 시해당한 ‘을미년’이었다. 윤회설을 신봉하지 않지만 회자되고 있다. 패러디는 현실에 대해 직접 울분을 토하지 못할 때 대안이 없을 때 좌절감을 표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를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으로 매도한 그들 집단은 도덕성과 권위, 정당성 등 모두를 잃어버렸다. 뒤늦은 거국내각 구성 등 법석에 야권은 ‘오물 위에 집 짓나’라며 최순실 씨 즉각 체포, 박 대통령의 대국민 보고 등을 요구, 압박하고 나섰다. 따라서 친박, 특히 존재감 없는 경남의 친박은 이젠 사라질 때가 됐다. 다시 지지를 보낼지의 여부는 그다음 문제다. 상황이 ‘정치적 탄핵’이나 다름없는 만큼, 가진 것을 버려야만 새로운 것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대통령의 결단, 진정한 반성과 책임 있는 수습책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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