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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pp 교육’과 사랑경제학 그리고 매칭
‘Kipp 교육’과 사랑경제학 그리고 매칭
  • 원종하
  • 승인 2016.10.19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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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통상학부 교수 토요 꿈 학교 대표
 실업자 3명 중 한 명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으로 실업자는 98만 5천명이며, 그중 32%인 31만 5천명이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로 집계됐다. 대졸 실업자가 3분기 기준으로 30만 명을 넘은 것은 지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올해가 처음이라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인한 구조적 압박 그리고 취업난 등 의 3중고를 겪고 있는 대학의 미래는 위험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의 본질적인 변화와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학은 조직이 갖는 본질과 특수성 때문에 변화와 혁신에 가장 덜 예민하게 반응한 곳 중의 하나인 곳이기도 하다. 학문의 본질은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는 탐구 방법과 접근방법은 새로운 마인드와 도전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근본적인 변혁을 꿈 꿨던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 (Knowledge is power)”라는 유명한 경구와 귀납법이라는 논리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베이컨은 논리학과 과학철학의 대가로 불린다. 늘 인류의 대변혁을 꿈꿔 왔던 베이컨은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이기 이전에 시대를 뛰어넘은 혁신가였다. 17세기의 이러한 혁신은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끄는 계기가 됐고, 대영제국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초가 됐다. 객관적인 지식의 확산은 각종 편견과 선입관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한 자연과 사회에 대한 치밀한 관찰을 통해 발견된다. 경쟁적 협력과 시스템 리더십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교육이 가야할 미래를 고민해 봐야 한다. 30년 전에 배운 대로 가르칠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결합한 교육을 할지 집단적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지난 학기부터 스스로 작명한 일명 ‘Kipp (Knowledge is power program)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400년 전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주창한 대혁신(Great Instauration)처럼 나를 알고, 사회를 아는 지식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힘을 갖도록 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해보자는 생각을 담은 것이다. 학생들 개개인의 참다운 모습을 알아가고, 강의시간에 질문을 하면 포인트를 주고, 또 질문에 어떤 답을 해도 인정해 줌으로써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고, 학업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한다. 결국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야 기다리는 강의가 된다. ‘사랑의 경제경영학’을 개설해 교양으로 영역을 넓혔다. 20대 대학생들에게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인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자기 자신을 찾는 방법을 경제학과 경영학의 여러 가지 학문적 이론을 통해 접근해 보는 수업이다. 3포 시대를 넘어 7포 시대에 이른 오늘날 나 아닌 남을 사랑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타인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스킬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학습을 통해 본인의 연애관과 결혼관 등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가정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함으로써 전 인격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학을 통해 어떤 종류의 선택에 대비해야 하고, 이 길이 아닌 저 길을 택했을 때 어떤 결과와 마주치게 될지에 대해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해보게 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마지막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하고 또 선택해야 하는 많은 것들을 얻는 방법에 관한 고민들을 매칭(matching)이라는 게임이론을 통해 경험해 보는 것이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까? 어떤 사람의 유형을 선택하고 싶은가? 차별화된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가? 등 각자의 작은 감정들을 찾아보고 이러한 삶의 기쁨이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힘이 되고, 그 힘이 소명으로서의 직업을 찾아내는 원동력이 되는 선순환의 사이클을 만들어 나간다면, 외부환경이 어렵고 여건이 힘들어도 이겨내는 내공이 쌓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업률의 원인은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경제 주체들 간의 미스매치도 원인중의 하나이다. 지난 201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게임 이론 및 시장 설계분야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앨빈 로스는 최근 매칭이라는 책을 통해 각자가 좋아는 것, 잘하는 것을 보여 주었을 때 가장 효율적인 매칭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나는 누구와, 그리고 어떤 일과 매칭됐을 때 가장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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