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단풍과 함께
가을은 단풍과 함께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10.19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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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객원위원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국은 단풍축제, 국화축제, 코스모스 축제로 물든다. 뭐니뭐니해도 가을하면 단풍이다. 가장 화려한 계절을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공원으로 나들이를 하면서 가을 분위기에 흠뻑 젖는다. 가을은 화려한 만큼 빨리 우리 곁을 지나간다. 이제 가을비가 한두 번 더 내리면 거리는 온통 낙엽이 뒹굴면서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될 것이다.

 단풍은 산꼭대기에서 시작해서 계곡으로 내려오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추워지는 기온변화 때문이다. 매년 단풍이 드는 계절의 시작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10월 하순에서 11월 중순이 단풍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단풍의 절정 시기는 산의 하단 부분까지 물들었을 때를 말한다.

 가끔 무심코 경적을 울리면서 산을 오르는 자가용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이 다니기에는 여유가 있는 길이지만 자동차와 마주하기는 좁은 길이다. 경사로가 심한 오르막은 등산객들에게도 숨을 헐떡이지만 자동차도 힘이 들어 매연을 더 뿜어야 한다. 그 맛없는 매연을 사람들은 마실 수밖에 없다. 더더욱 나무들은 예외가 될 수 없다. 나무는 몸에 해롭다고 말로 표현도 못하고 어디로 피할 수도 없이 강제로 마셔야 한다. 나무들이 아프면 숲도 아파하고 숲 속의 풀벌레 가족들은 살 수가 없다. 산이 아프면 금수강산도 병들게 된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이 곳에서 나무가 병이 들고 숲이 아픈데 인간만이 건강할 수가 없다.

 유달리 더웠던 올해는 검푸른 가로수 잎사귀마저 태워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도 산야의 단풍은 배신하지 않고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풍은 병든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대로 아름답게 변한 것이다. 죽은 잎사귀, 낙엽은 자기의 할 일을 다 하고 떨어진 그대로다. 싱싱할 때 꺾은 나뭇잎은 에너지가 가득 담긴 푸른 젊음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아름답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럽게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을 언제나 기억하고 싶다. 잘 익은 단풍은 싱그러운 봄꽃보다 아름답다.

 단풍은 가을에 나뭇잎의 빛깔이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온변화에 따른 나뭇잎의 색소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도 세월이 다하면 피부색깔이 변하듯이 나뭇잎도 수명이 다하면 색깔이 바래지고 떨어져 낙엽이 되는 소멸과정이다. 이처럼 단풍이란 따지고 보면 죽음이라는 시간과 공간 앞에서 자신을 불사르는 모습인데 왜 사람들은 단풍을 보고 넋을 잃고 탄성을 지르고 찬미하는가? 아마도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가을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돋아날 봄의 새싹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자기가 나고 자랐던 자연으로 돌아갈 단풍잎은 무엇을 남기고 가는 것일까?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 하지 않았던가, 낙엽은 나무의 뿌리에서 생긴 것이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 하나가 될 것인데 우리와 다른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현상이든 삼라만상이든 결국 근원으로 돌아간다.

 단풍과 낙엽은 나무 생명의 절정이듯 사람의 병듦과 늙음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석양에 물든 하늘처럼이나 아름다운 것이다. 낙엽을 태우며 그 냄새에 정취를 느끼듯 몸을 태워 가루로 흩어 뿌려져도 자연은 함께할 것이다.

 이원중 시인은 “손을 움켜지면 주먹이요, 펴면 단풍잎입니다”라고 말했다. 여태껏 내 손이 단풍잎인 줄도 모르고 우린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단풍의 색깔변화는 엄격히 말해서 나뭇잎이 병들고 죽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모두들 단풍은 아름답다고 하고 그 속에서 즐거워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단풍을 단풍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다.

 차디찬 삭풍이 불어오는 겨울의 목전에서 단풍잎과 낙엽이 아름답듯이 인생도 황혼에 아름다운 것이다. 나무가 자기 몸의 변화에 따라 늙어가며 처음의 싱싱함을 잃었는데도 아름다운 것 같이 사람이 늙어 피부의 싱싱함을 잃고 몸의 윤기와 색깔을 잃었다고 해서 추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륜스님은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후회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불행한 이유는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에 휘둘려 자기중심을 잡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나이 들면 드는 대로, 늙으면 늙는 대로, 주름살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담담히 자신을 받아들여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이야기 한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이 한마디 속에 스님은 우리에게 인생의 진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신비한 자연의 순리대로 고귀한 생명 중에 하나인 나무도 우리와 같은 세상에서 싹이 나서 자란다. 잎사귀와 줄기가 커지면서 어느 순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단풍으로 물들고 낙엽으로 떨어지고 다시 인연을 다해 홀연히 몸을 벗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 모든 모습이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처럼 인생에 있어서도 모든 과정의 모습들이 다 의미 있고 아름다운 것이다.

 이 가을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가용이 아닌 걸어서 단풍 같은 삶을 누리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과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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