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역설의 힘
죽느냐 사느냐…역설의 힘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6.10.13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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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국장
 사람의 생존 문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 우선한다. 내가 죽으면 그 이상은 없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와서 가면 자신이 발 디뎠던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지만 자기중심으로 보면 세상은 더 이상 굴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생존을 두고 상대가 왈가왈부하면 따귀라도 갈기고 싶다. 경남 지역경제가 내리막을 달리면서 큰 기업까지 죽느냐 사느냐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이 땅으로 기면서 대마불사의 신화를 거두고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두고 외국계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컨설팅을 진행한 후 조선 ‘빅3’ 가운데 가장 살아남기 힘들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대우조선이 반박하는 건 당연하다. 지금 어떡하든지 살아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찬물을 끼얹었으니 열을 안 받을 수 없다.

 STX조선해양의 생사가 오늘 법원에서 결정 난다. 기업 회생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이 칼날이 어디로 춤추는지에 따라 생사를 달리한다. STX조선해양 사측은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신청을 받아 회생계획 인가에 힘을 더하려 했지만 극히 적은 숫자만 여기에 답했다. 누가 명줄인 직업을 쉽게 놓겠나. 많은 도내 근로자들이 생존 문제에 허덕이면서 사는 무게가 엄청나다. 죽느냐 사느냐는 큰 문제다. 삶을 아무리 희화화해 낮춰도 자신의 삶은 소중하다. 그래서 기업 노조가 노동자의 생존을 내세워 사 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해도 박수를 받는다. 기업 전체를 위해 일부가 희생하는 게 더 지혜로워 보여도 그 희생이 자신에게 닥치면 죽음과 같은 아픔이다. 그 죽음의 무게가 자신에게 엄청 무거워도 바로 옆 사람에게 가면 가벼워진다. 그 무게의 추를 이리저리 굴리다 보면 재수 없는 사람에게 그 추가 떨어진다. 그 얼마나 끔찍한 진실인가. 지금 이런 정리해고가 많은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람이 매일 죽음의 언덕에 오르면서도 하늘에 걸린 별을 보고 감탄할 수 있을까? 빅터 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보면 아무리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삶은 의미가 빛날 수 있다는 역설을 읽을 수 있다. 파리 목숨처럼 취급을 받으면서 자신의 생명 외에 잃을 게 더 없는 환경에서 인간 존엄성을 발견하는 데 대해 경외심마저 쏟아 오른다. 삶을 붙드는 희망의 끈이 닳고 닳아 몇 가닥 보푸라기가 남아도 삶은 이어져야 한다. 죽음 앞에서 숭고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은 약한 데서 강함을 발견하는 지혜자다.

 STX조선해양이 사느냐, 문을 닫느냐의 답은 당연히 사는 쪽이어야 한다. 사는 쪽을 택한 후 감원과 임금 삭감을 부르는 터널이 앞에 있다면 어둠 속을 통과해야 한다. 다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배가 가라앉으면 먼저 배 안에 있는 짐을 먼저 물 속에 던졌다. 배를 가볍게 해야 물이 배 안으로 빨리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배가 서서히 가라앉아야 시간을 벌어 무슨 방책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 결국 희생이라는 카드를 써야 한다.

 성경 이야기다. 선지자 요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듣지 않고 배를 타고 도망을 갔다. 바다 가운데서 폭풍을 만나 배가 깨지지 직전에 자신이 바다에 뛰어들어 모든 선원을 살린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요나는 물고기 배 속에서 살아난다. 큰 물고기가 요나를 덥석 삼켰다. 다른 사람을 위해 죽음의 끝을 달리면 생명의 빛을 볼 수 있다는 교훈이다. 자신을 희생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숭고한 마음이 기적을 났는다. 물론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짙은 안갯속이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0.1% 포인트 낮췄다. 올해 1월에 3.2%를 제시한 후 석 달마다 하향 조정했다. 이 조정은 내년도 경제 성장을 자신할 수 없다는 표시다. 이런 흐릿한 경제전망에 많은 사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불안하면 마음을 닫는다. 가지고 있는 그 무엇도 내놓기를 꺼린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사람은 경제가 잘 돌아가야 인심을 베푼다. 남의 딱한 처지를 헤아리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살림살이가 웬만큼 잘 돌아가야 불이 붙는다.

 이런 험한 상황에서 희생돼야 할 사람은 너무 억울하다. 아무리 대의를 위해 자신의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해도 용납하기가 어렵다. 감원 태풍은 항상 불기 마련이다. 지난해 금융권에 몰아쳤던 이 바람은 요즘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한 해 희망퇴직ㆍ명예퇴직 광풍이 돌면서 금융권 일자리는 4만 8천개나 사라졌다. 아직도 금융권은 저금리 파도와 경기 둔화로 힘겨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3개월 연속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역설(逆說)을 믿기는 힘들다. 가령 ‘죽어야 산다’고 하면 콧방귀를 뀔 사람이 많다. 죽느냐 사느냐는 문제 앞에 당연히 사는 쪽으로 모두 몰려가지만, 죽는 쪽으로 가야 산다는 이 역설이 통할 때가 있어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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