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0:09 (수)
김영란법에 대한 소고
김영란법에 대한 소고
  • 박태홍
  • 승인 2016.10.10 2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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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김영란법은 알다가도 모를 법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지만 주요 내용을 살펴보니 그렇다. 일선 경찰서에서 마약ㆍ살인ㆍ강도ㆍ강간 등의 강력범죄는 나 몰라라 하고 도로에서 주차위반 딱지나 끊고 배고파 빵 하나 훔쳐 먹는 생활형 범죄자만을 잡으려는 격이다.

 예전에도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는 검ㆍ경에 입건, 수사를 받아왔다. 그런 후 경중의 차이에 따라 법원의 판결에 따랐다. 근데 왜 박근혜정부 들어 이 같은 법을 제정하면서 시행하게 됐는지 의아스럽다. 이 법에 저촉될 수도 있는 사회활동을 하는 400만 명의 공직자ㆍ언론인 등의 발을 묶어놓으려고 그런건지 알 길이 없다.

 진주의 인구는 35만 명이다. 예전부터 진주의 비빔밥ㆍ냉면만큼 한정식과 불고기집도 유명하다. 근데 몇 해 전부터 계속된 경기침체 이후 문을 닫는 업소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옛 명성으로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유명업소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모두 다 문을 닫을 판이다.

 이들 업소에서는 저녁 식사와 함께 반찬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실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손님 접대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근데 이들 업소의 식사료가 1인당 3만 원을 홋가하다 보니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곳이다.

 따지고 보면 저녁 따로 술 따로 계산하는 것보다 손님 접대에 있어서는 싼 곳이지만 이젠 이들 업소를 찾을 간 큰 손님들이 있겠는가?

 이러다 보니 이들 업소에서 종사하던 종업원들 또한 생계가 막연하게 됐다. 이를 전국적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실직자가 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셈이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로 서민들이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당초 공약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게 됐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대표로 의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권교체에 혈안이 돼 앞뒤를 분별하지 못하는 야당이나 정권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듯한 여당 모두 국민의 심사는 뒷전 아닌가?

 김영란법은 법이 아니라 칼이다. 국민들이 살아가는 최소한의 의례를 막는 것과 같다. 사제지간의 정도, 이웃 간의 교류와 소통도 막는 그런 법이다. 그리고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정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게다가 법조목과 항복마다 과태료부과 또는 징계를 한다는 것은 법 이전에 일반적 상식을 벗어나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허다한 일들이 김영란법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는 그 자체가 난센스 아닌가 싶다.

 부정청탁 또는 금품수수로 벌을 받을만하면 받아야 한다. 예전 법도 그랬다. 이는 법과 질서에 의해 사람들은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시행된 김영란법은 그게 아니다. 지금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행정관서의 급행료와 고속순찰 차량에 상납하던 해장국 값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만큼 세상은 투명하고 맑아졌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는 권력이나 돈깨나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사안이지 서민들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면서는 파급되는 손실은 서민들과 영세상인들의 몫이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면 실직자가 생겨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 아닌가? 사람들은 사고할 수 있고 자기 나름대로의 이념을 지니고 살아간다.

 삼시 세끼에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의호식도 성에 차지 않아 세상을 다 거머쥘 듯 활개 치는 사람도 있다.

 평생을 돌봐 준 은인에게 줄 선물가격이 뭐 그리 중요한가? 그러나 법이 정해진 만큼 3ㆍ5ㆍ10만 원을 지켜야 하니 도리가 없다. 법은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시행된 법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언론사 관련 사례 (Q34)를 그대로 옮겨본다.

 ‘모 지방자치단체 대변인실에 근무하는 A과장과 B기자는 업무적으로 자주 만나 매우 친숙하다. 어느 날 A과장이 B기자에게 5만 원을 꿨다. 다음 날 A과장이 B기자에게 5만 원을 갚으려 하자 B기자가 그냥 술이나 한 잔 사라고 하며 A과장이 산 술값이 8만 5천원인 경우 청탁금지법상 제재 대상인가요?’

 이런 경우 A과장도 B기자도 가액 3만 5천원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B기자의 겸양의 융통성이 벌을 받게 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앞으로 우리들은 김영란법의 틀에 묶여 살아가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자신의 겸양도 경애도 이 법에 맞춰 숙련해가야 하는 부끄러운 삶을 살아가야 할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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