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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로 본 우리 사회 단면
BIFF로 본 우리 사회 단면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6.10.06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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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영 문화ㆍ체육 기자
3천600만 명. 올여름 한국영화가 불러들인 관객 수다. ‘영화’라는 매체는 한국문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된 지 오래다. 굳이 한철 관객 수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영화’는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젊은 커플의 데이트코스로, 서먹한 부모ㆍ자식 관계를 풀어주는 용도로, 퇴직 후 여가를 즐기려는 노년층을 위해서도 영화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영화시장 규모로는 세계 7위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하니 한국은 영화 강국이라 할만하다. 그에 걸맞게 우리나라에서 치러지고 있는 많은 영화제가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산국제영화제(BIFF)라고 할 수 있다.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BIFF는 6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치러진다. 주요 상영관 및 행사장은 센텀시티와 해운대에 있다. 이번 개막작으로는 장률 감독의 ‘춘몽’이 선정됐다.

 이렇게 큰 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지만, 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은 참석을 고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1천156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올해 최고 흥행작 ‘부산행’과 712만 명의 관객을 모은 ‘터널’은 볼 수 없게 됐다.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부산행’과 ‘터널’ 측에 출품 의사를 타진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잡음의 배경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4년 부산시에서 영화제 직전 상영취소 조치한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참가시킨 이후로 부산시와 BIFF 사이의 파열음은 심해져 갔다. 영화제의 ‘독립성’과 부산시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입장이 부딪혀 아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부산시는 국고지원 예산 40%가량 축소, 집행위원장의 사퇴, 행정지도 점검ㆍ조사 등의 조치를 했고 이에 맞서 영화인들이 만든 ‘부산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9개 단체 가운데 4개 단체(감독 조합, 프로듀서 조합, 촬영감독 조합, 영화산업노조)가 보이콧을 현재에도 계속 유지하며 양측이 대치하고 있다.

 영화 강국으로 도약하는 나라가 맞이하는 성장통이라 치부하기엔 부끄러운 단면이다. 20년 동안 일궈온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행사를 지키기 위해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시기다.

 6일 본격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막을 올렸다. 오는 15일까지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다.

 BIFF는 좋은 영화를 선정하고 관객과 소통하며 더욱 투명한 운영과 재정 자립도를 키우는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부산시는 정치적인 잣대와 시선이 아닌 문화예술로서의 영화를 바라보고 존중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너무 친숙한 장르지만 영화도 엄연히 한 나라의 수준을 보여주는 예술의 한 분야다. 그 매체를 바라보고 공유하는 장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영화제ㆍ영화인ㆍ관객의 소통이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라본다면 다음 해 BIFF는 내ㆍ외적으로 더욱 성숙한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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