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2:11 (금)
관찰ㆍ사색으로 익어가는 인생 준비
관찰ㆍ사색으로 익어가는 인생 준비
  • 원종하
  • 승인 2016.10.05 2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통상학부 교수 토요 꿈 학교 대표
 시월이 여러 날 지났다. 그 무덥던 여름을 생각하면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고마울 따름이다. 올 가을 자연의 소리를 듣고,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갈 산천을 관찰하며, 스스로를 성찰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귀 기울여 들으라. 작은 선행이 우리의 모습을 결정한다. 따라서 진정으로 사소한 일이란 없다. 인생은 작고 사소한, 눈에 뜨이지 조차 않는 일들로 이뤄진다. 좋은 말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하도록 노력해라. 그러면 사랑이라는 커다란 나무가 자라날 것이다. 확신하지 못한다면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라. 이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다. 무언가 성취하려면 노력해야 한다. 가장 힘들고도 중요한 노력은 떠들어대지 않는 것이다. 귀 기울여 들으라. 그리고 아주 조금만 말하라.” 말이 많은 시대. 그 말이 또 말을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없이 상대방을 향해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나의 말만 하려고 한다. 그러니 나도 제대로 볼 수 없고, 상대방도 제대로 이해 할 수 없다. 불통 속에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안개 속을 지나가는 나그네 같은 신세가 된다. 관찰(觀察)이란 적극적인 의도로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조직적으로 파악하는 행위이다. 또 사색(思索)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것을 말한다. 제대로 보지 않고 오래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올바른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렇듯, 듣는 것과 관찰 그리고 사색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지난 주말 최근 개봉된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을 봤다. 지난 2009년에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예기치 못한 새떼들과의 충돌로 인해 허드슨 강에 떨어진 후 설렌버거 조종사의 기적 같은 구조로 모두가 살아나는 것으로 끝난 것 같지만, 관제탑의 인근 공항활주로로 착륙지시를 무시하고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미 연방 교통안전위원회의 집요한 추궁을 받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위험에 처한 순간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155명의 영웅들을 보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가 참 힘들었다. 한 사람의 리더가 왜 필요한지, 기장과 부기장의 팀워크가 왜 중요한지, 존경심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등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져준 영화였다. 위아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자세와 태도. 그리고 끝까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탑승객 숫자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젖은 제복을 벗지 않은 채 임무를 수행하는 책임감과 끝까지 본인이 내린 판단에 대한 합리적으로 접근 하려는 굳은 신념, 또 해상구조대의 일사 분란한 행동 등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리더란 어떤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칭하는 것이다. 허드슨 강에서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설렌버거 조종사가 1만 9천시간의 비행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많은 비행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불과 208초 안에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24분이라는 골든타임을 헛되이 보냈을 가능성이 커진다. 어떤 분야이건 성공하기 위한 땀과 노력의 절대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고된 훈련이 없다면 직관이 생기기 어렵고, 성공적으로 비행기를 허드슨 강에 착륙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안전과 안정 그리고 안녕이 시대정신이 돼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은 부당한 권력을 가진 자 들과 부(富)를 양손에 쥔 사람들이 아니라, 이웃의 생명을 살리려고 애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평범한 작은 영웅들 이여야 한다. 리더는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알아서, 제 때에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짧은 시간에 다 잘 할 수는 없다. 협업과 임파워먼트(Impowerment)가 필요하다. 자유로움 속에서 자율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찾아야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지혜로운 인생은 완고(完固)함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누렇게 익어가는 저 가을 들판처럼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