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21:02 (목)
김해, 슬로시티 꿈꾸다
김해, 슬로시티 꿈꾸다
  • 김은아
  • 승인 2016.10.03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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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유치원 아이들이 보물찾기를 하고 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시락을 들고 소풍 와서 장기자랑을 한다. 중학생들이 진로체험을 위해 시청 견학을 하며 고등학생들은 지친 대입공부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시청에 방문하는 시민들이 잠시 쉬어가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공간.

 초록의 나무들이 그늘을 이루고 계절마다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작은 호수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팔각지붕의 정자는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그 속에 자리 잡은 시청이 친근하게 시민들에게 와 닿는다.

 ‘김해시청 주차장이 공원이 된다면…’ 상상을 해 본다. 만약에 이렇게 된다면 시청은 김해의 명소가 될 것이다. 아니 전국의 명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달 중순, 시청 대강당에서 ‘슬로시티’ 설명회가 있었다. 김해의 도시 브랜드 향상을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너무 급하게 성장하고 있는 김해가 잠시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 그 곳에 슬로시티가 있었다.

 슬로시티는 지난 1986년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전 세계로 확산된 슬로푸드 운동이 그 모태가 됐다. 슬로시티는 지난 1999년 이탈리아의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느린 마을 만들기 운동으로 시작돼 지역이 원래 갖고 있는 고유한 자연환경과 전통을 지키고 지역민이 주체가 돼 자연을 느끼면서 그 지역의 먹을거리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마을의 새로운 이름이다. 한국도 현재 11개의 시ㆍ군이 슬로시티에 가입돼 있다.

 김해는 53만이 넘는 사람이 있고, 금관가야의 발상지로 가야문화가 있고,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이 있으며 인근에 김해공항이 있다. 시민들과 함께 슬로시티 인식 확산을 위한 실천운동과 전통문화 및 자연생태보호 노력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친근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김해는 매년 양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도시로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의 삶은 너무 바쁘다. 식당에서 5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빨리’ 외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너무 ‘빨리빨리’에 매몰돼 그것에 끌려 다니는 기분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바쁜 삶의 흐름 속에 쓸려가고 있지는 않은가? 슬로시티 운동으로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빠른 속도와 생산성만을 강요하는 빠른 사회(Fast City)에서 벗어나 자연ㆍ환경ㆍ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유 있고 즐겁게 살자는 취지의 슬로시티가 김해의 전통 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 주의 등 이른바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했으면 한다.

 처음부터 거창한 일을 진행하기보다 작은 실천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자가용을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시청 주차장이 공원이 되고 관공서의 주차장이 도시의 쉼터가 돼 시민들이 그 곳에서 바쁜 일상을 쉬어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상상이 미래가 되는 첫 출발점으로 시민들과 함께 ‘가볍게 걸어보기 운동’과 자가운전자들과 함께 하는 ‘대중교통 이용 인증샷 찍기 릴레이’ 이벤트를 제안해 본다.

 조금은 느리게, 바쁜 삶의 습관을 내려놓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는 것. 걷다보면 상념도 없어지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여유를 가지고 우리 도시 김해를 천천히, 찬찬히 돌아보는 것, 그것이 삶의 여유이고 슬로시티의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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