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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 주취소란 범죄는 경범죄
관공서 주취소란 범죄는 경범죄
  • 주현욱
  • 승인 2016.09.22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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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욱 거제경찰서 생활안전계 경사
 알콜중독자 K씨는 초저녁이 되면 매일같이 술 냄새를 풍기며 필자가 근무하는 지구대로 들어온다.

 K씨는 늘 똑같은 레퍼토리로 경찰관들을 괴롭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체부 생활을 하면서 행복해했는데 아내와 헤어지면서 하나밖에 없는 딸과도 헤어졌고 지금은 직장마저 잃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발령을 받기 전부터 이미 유명세를 떨쳐왔던 K씨는 항상 필자를 하대한다. “주 순경아, 오늘은 행님이 좀 슬프다”, “동숭아 가서 물 한사발만 떠와라”.

 고참 행세를 하는 K씨는 신임순경인 필자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었고 기피하고 싶은 1순위였다. K씨는 필자에게는 하대했지만 희안하게도 선배경찰관들에게는 공손했다. 때로는 야식을 사오기도하고 악성민원인을 말리고 달래는 등 참 특이한 인물이다. 그런 K씨를 미워할 수만은 없다. 미운정도 정인지 며칠 보이지 않을 때면 탈이 난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뿐, 20㎞ 떨어진 곳에서 만취상태로 전화를 걸어와 지금 태우러 오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협박을 했다.

 화가 잔뜩 난 상태로 지구대로 들어와 경찰관들이 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왔다며 택시비를 내놓으라며 고성을 지르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필자가 근무한 지구대는 1일 평균 신고가 20건 내외로 신고가 들어오지 않을 때는 K씨에 대해 시간을 쓸 수 있지만 신고가 중첩 될 때는 큰 부담이 됐다. 112신고는 급박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비교적 경미한 K씨의 주취신고를 처리하느라 더 급한 신고처리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경찰력은 국민이 가장 다급할 때 써야 할 최후의 보루이다. 이것은 국민 전체의 것으로 한정된 경찰력을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곳에만 쓰여야 한다.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야 말로 최악의 범죄가 될 수 있고 주취소란을 대표적인 최악의 경범죄로 꼽을 수 있다.

 억눌려있던 각종 불만을 술의 힘을 빌려 악의적으로 발산하는 관공서 주취소란은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하는 것으로 모자라 오물을 집어던지고 기물을 파손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를 당하는 공무원들은 당연히 큰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선량한 국민들이다. 공무원들이 관공서에서 하는 업무는 국민을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다. 악성 주취자들에 의해 방해되는 업무와 파손되는 기물들은 고스란히 선량한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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