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신문’ 발간
‘청춘신문’ 발간
  • 김은아
  • 승인 2016.09.0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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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선상님, 이 글자가 맞나?” 여든이 넘은 학생은 며느리 같은 선생에게 공책을 내민다. “아이고, 우리 어머니 잘 쓰셨네. 여기 받침에 쌍시옷만 있으면 되겠는데요.” 젊은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짚은 글자에 연필로 꾹꾹 눌러 놓쳤던 쌍시옷을 적으며 환하게 웃으신다.

 올봄, 처음 시작한 신문 만들기 수업의 결과물인 ‘청춘신문’이 방학을 마치고 나왔다. 방학 기간 시간을 쪼개 할머니들과 함께 만든 신문은 네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담긴 땀과 노력은 책 한 권을 만들 만하다.

 한글교실을 운영한 지 20년이 넘어 많은 분들이 그 세월 따라 바뀌었지만 할머니들의 열정은 더 짙어갔다. 일주일에 두 번 하던 수업이 네 번으로 늘고, 오후에도 수업을 하게 되고, 한글만 배우다가 시와 작문을 지어서 축제 때 전시까지 하게 되면서 할머니들은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다.

 처음 신문을 만들자고 했을 때 할머니들의 요구사항이 있었다. 첫째는 글자가 커야 하고 읽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눈이 어둡고 어려운 글자를 읽는 것이 힘드신 할머니들이 일반 신문을 접하면서 느꼈던 고충이 드러나는 말이라 공감했다. 둘째는 사진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할머니들의 일상이 사진으로 많이 남겨지기를 바라셨다. 셋째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기를 원하셨다. 일기처럼 썼던 글이나 그림이 신문에 실린다면 행복할 것이라 하셨다.

 신문은 총 네 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신문 첫 장에는 큰 활자로 ‘청춘신문’이라 썼다. 기자단의 이름과 나이가 그 아래에 나온다. 적게는 65세부터 많게는 86세까지의 할머니들이 청춘신문 기자단이다. 회관에서 진행한 봄소풍과 허황옥실버문화축제에 참여한 사진들이 첫 장을 장식한다.

 둘째 장을 넘기면 할머니들의 ‘글 솜씨 자랑’이 페이지 가득 실려 있다. 65세 할머니가 아침에 운동을 갔다가 예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지만 그 소리를 들은 할아버지의 질투어린 핀잔이 좀 서운했다는 글은 모두를 웃음 짓게 만든다. 글자가 틀리고 사투리가 있어 처음에는 읽기가 힘들지만 문맥을 통해 그분들의 이야기에 다가가면서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졌다.

 세 번째 장에는 허황옥실버문화축제 시화전 전시 사진들이 촘촘히 들었다. 지난 봄, 글을 쓰고 지우기를 수 없이 반복하면서 손수 그린 그림으로 만든 시화전은 연지공원을 수 놓았다. 그 추억이 아직 가시지 않아 할머니들을 더 설레게 하고 있다. 그 밑에 ‘즐겁게 배우는 우리 글’이라는 코너는 할머니들의 학습활동에 도움을 주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맨 마지막 장에는 할머니들의 의욕을 불태워 줄 일본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시집에서 꺼낸 한 편의 시를 초대시로 넣었다. ‘시바다 도요’ 할머니는 99세에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둔 100만엔을 털어 자신의 첫시집 <약해지지 마>을 출간한 분이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 분의 시는 우리 할머니들에게도 큰 힘을 주고 있다. 여름철 건강관리가 실리고 마지막으로 할머니들의 소탈한 편집후기가 담겨져 있다. “신문도 만들어 보고 세상 살 맛 난다.” 첫 신문이라 할머니들의 손이 많이 갔음에도 그것이 많이 드러나지 않아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이것이 자극이 돼 방학을 보내고 오신 ‘청춘신문’ 기자단의 활동은 더 활발해질 것이다. 수업을 마친 할머니들의 손에 들린 큼직한 흑백 신문이 계단을 내려가는 할머니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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