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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의 가늠자는?
인성의 가늠자는?
  • 신은희
  • 승인 2016.09.01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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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저 사람은 인성이 참 좋다”거나 반대로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다”라고들 한다. 그런데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어떤 것으로 그 사람의 품성이나 인격, 즉 됨됨이를 가늠하는 것일까? 만약 그 가늠자를 제대로 안다면, 좋은 인성을 기르는 데에 조금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노력해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최근 우리 사회나 교육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인성’이다. 오죽하면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인성교육을 법으로 만들어 의무화해 실시하고 있고, 자유학기제라는 강한 처방까지 내리며 인성과 적성을 찾고 계발하도록 장려하겠는가? 거기에 사회전반에서 식을 줄 모르는 인문학 열풍과 너나 없는 고전읽기까지 인성을 갈구한다. 인성이 절실해 진 요즘이야말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인성교육의 르네상스시대를 맞은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의 교육시스템으로 좋은 인성이 만들어질까? 그것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명문대생의 후배폭행, 유명 성직자의 자녀학대, 대학교수의 제자 성희롱, 고위공직자의 부정행위, 위정자의 비리행위 등은 지식의 정도와 인성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흔한 사례다. 오히려 우리는 이론이나 지식교육이 부족했던 과거가 교육의 홍수 속에 놓여 진 현재보다 인성은 더 나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많이 배웠다’고 해서 ‘인성도 좋다’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때로는 오히려 너무 많은 배움은 자칫 자만심과 거만함에 사로잡혀 오만한 인성으로 나타나게 되기도 한다.

 일례로 맹사성의 일화가 있다. 고려 말에 장원급제해 조선 세종 때 좌의정을 지냈던 그의 경험담이다. 고을 원님으로 부임한 후, 어느 선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자 좋은 일만 하면 된다는 가벼운 답변에 ‘삼척동자도 다 아는 말로 자신을 무시했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했다. 그 때 선사는 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찻잔에 차를 따르는데, 찻물이 흘러넘치도록 따르고 있자, 그는 찻잔이 넘쳐 방바닥을 적신다고 이른다. 이에 선사는 “찻잔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어찌 지식이 넘쳐 인격을 망치는 것은 모르십니까?”라고 말하자 얼굴이 화끈거린 그는 허겁지겁 방을 빠져나오려다 그만 문지방에 머리를 부딪치고 만다. 선사는 그를 쳐다보고 껄껄 웃으며 “원님께서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지요.”라고 덧붙이자 맹사성은 그때서야 깨닫고 인품을 갖춘 겸손한 태도와 청백리로 살았다고 한다.

 인성이 잘 길러졌다는 것, 잘 교육받았다는 것, 즉 좋은 인성을 가졌는지 대해서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설사 객관적으로 검증된 몇 가지 도구를 사용해서 측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인성의 정확한 가늠자로 여기는 데는 상당히 무리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성은 머릿속에 든 지식의 깊이나 양이 아니라 가슴속으로 느끼는 태도이며 꾸준히 몸으로 실천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타인에게 전해져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된다. 즉, 상대방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인성은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어 감동을 주거나 반대로 불쾌하게 만들어 분노케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회 속에서의 인성은 내부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외부로 잘 표현되고 전달될 때 완성된다.

 아무리 머릿속에 학문적 지식이 많이 쌓여있고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 많은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그것을 태도로 바꾸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마음속의 태도에서 멈춰버리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지식이다. 인성은 살아 움직이는 지식이어야 한다. 그래서 인성교육도 그렇게 이뤄져야 한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며 배려하는 마음과 존중함고 있음을 표현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예절’이나 ‘에티켓’ 또는 ‘매너’라고도 일컫는다. 예의바른 언행, 좋은 에티켓과 매너의 실천이야말로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인성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즉, 인성의 가늠자는 지식의 정도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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