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언론인에게 준 선물
경찰이 언론인에게 준 선물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8.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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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취재기자 시절 뇌물사건과 선거법 위반 등 기획수사를 전담하는 경찰과 검찰 수사관 등을 만나는 일이 많았다. 기획수사는 사건의 특성상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서 수사를 진행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되다 보니 외압이나 청탁 때문에 사건이 무마되는 경우도 많았고, 수사관의 의지가 따라가지 못해 죄상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경찰은 평소에 대민 접촉이 검찰보다 많아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더 많았다. 여러 채널을 통해 전해오는 무마성 청탁과 압력, 복잡하게 얽힌 지역사회 인맥 구조는 올바른 수사의 발목을 잡기 일쑤였다.

 특히 선거사범 수사에서 경찰은 검찰보다 더욱 외압에 취약한 구조다. 큰 골격만 상부의 지휘를 받아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과는 달리 경찰은 수사 진행 일거수일투족을 상부가 관여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이런 폐단은 경찰이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을 외치고 있지만, 매번 외면당하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필자는 이런 취약한 구조가 경찰의 수사권독립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얼마 전 까지는.

 최근 김해시의회 의장단 선거 과정의 금품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김해중부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경남매일은 ‘면피용 수사’를 한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를 접한 해당 경찰서 수사과장이 본지를 항의 방문했다.

 당시 필자는 “최근 10여 년간 경찰이 김해시의회 의장 선거 과정의 불법을 수사해 혐의를 입증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고,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지켜볼 때 여러 가지로 의구심이 많이 간다”고 꼬집었다. 공개수사를 진행하기 전에 해야 할 압수수색을 한참 뒤에 실시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해중부경찰서 박병준 수사과장은 “현재로 밝힐 수는 없지만,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반드시 수사 결과물을 낼 자신이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당시 필자는 박 과장의 말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그의 공언은 의례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하지만 그가 돌아간 뒤에 왠지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그리고 몇 주 후 그는 법원으로부터 김명식 의장의 구속영장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고, 의장 선거 과정의 금품제공 외에 김 의장의 알선수뢰 혐의도 밝혀냈다. 추가로 돈을 받은 혐의 등을 받은 3명의 김해시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 과장의 성공적인 수사로 필자는 일선 경찰이 기획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혀내는 드문 경우를 목격하게 됐다.

 이번 김해시의회 의장단 금품선거 사건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그중에 달라진 경찰의 위상과 유난히 빛나는 박병준 과장의 눈이 뇌리에 오래 남는다.

 필자는 이제 기자라는 직업을 마무리하고 영원한 언론인으로 남기로 작심하고 취재와 신문제작 등 현장과는 이별을 결심했다. 박 과장의 수사 의지와 살아있는 눈빛은 기자생활을 마감하는 필자에게 큰 선물이 될 듯하다. 필자가 박 과장을 만나지 않았다면 기자로 바라본 경찰의 모습은 ‘실망’으로 각인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필자는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눈부신 경찰’, ‘이제 국민이 충분히 믿어도 되는 국민의 공복’으로 경찰을 기억할 것이다. 필자에게 큰 선물을 준 박병준 김해중부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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