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4:11 (토)
하나밖에 가르치지 않는 사회
하나밖에 가르치지 않는 사회
  • 김혜란
  • 승인 2016.08.17 23: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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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리우 올림픽도 반환점을 돈 광복절, 짬짬이 이어지는 메달리스트들 이야기와 함께 인터넷을 날씨보다 더 뜨겁게 달군 일이 있었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티파니 이야기였다. 광복절을 앞두고 SNS에 일장기와 욱일기 사진을 올렸다가, 한국 네티즌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았다.

 티파니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티파니가 역사의식이란 전혀 없고 경솔한 행동을 했다면서 비난했다. 그에 대해 티파니는 자필로 글을 써서 사과문까지 올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상황이 좋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 티파니가 코리안데이를 맞아 LA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미국국가를 부른 영상까지 떠돌고 있다.

 더 나가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몇 달 전 걸 그룹 AOA의 설현과 지민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사진 속 안중근 의사를 알지 못했으며 지민은 ‘긴또깡’이라고 해서 역시 질타를 받았던 이야기도 찾아내서 퍼트렸다. 티파니나 설현과 지민, 장담컨대 그들은 수년 동안 가수 되는 법, 하나밖에 배우지 않았다.

 역사상 최고의 수영영웅인 박태환 선수가 쓸쓸히 귀국했다. 약물사건 이후 리우 올림픽에 가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렇게 지옥을 넘어 참가했던 이번 올림픽이었지만 노메달로 귀국하는 모습에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최근 인터뷰에서 박태환과 가족들은 말했다. 평생 수영 하나밖에 몰랐던 박태환이라고. 이번 올림픽 축구 8강을 이끌었던 권창훈 선수 역시 미팅도 한번 하지 않고 축구 하나밖에 몰랐노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긴 시간을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재능이 인정되는 순간부터 하나밖에 몰랐기 때문에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에도 나갈 수 있었다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메달을 따지 못하거나 새 기록을 갱신하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면 그 이후는 하나밖에 몰랐던 시간이 원망스럽고 후회막급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배드민턴으로는 국가대표도 배출하던 여학교 출신이어서 본 것이 있다. 선수인 친구들은 거의 학기 내내 수업을 10분의 1도 듣지 않았다. 그저 운동만이 전부였고 기록을 향한 목표만이 자신의 전부로 살았다. 운동만 한 3년하고 나면 운동 외에는 모두 다 낯설어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가끔 스포츠 선수로서는 국가대표급인 사람들이 스포츠계를 떠나서 다른 일을 하는 경우를 본다. 예능인과 정치인이 대표적이다. 안간힘을 쓰겠지만 정착하는 경우가 쉽지 않다. 실수가 드러나면 예외 없이 맹공을 당한다. 평생 하나밖에 모르던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영역 이전에 기본기가 안타까울 정도로 모자라 보인다.

 걸 그룹이 되기까지 그들 역시 긴 시간을 투자한다. 노래와 춤만이 자신을 빛나는 스타로 끌어올려 주리라 믿는다. 부모는 물론, 그들에게 투자하는 누군가는 그들이 그것 외에 다른 것에 눈 돌릴까 봐 무서운 눈으로 지켜본다. 이미 십대 초반부터 선택돼 받는 훈련은 일반적인 학교 교육은 아예 꿈도 못 꿀 정도로 혹독한 훈련이라고 들었다. 그들이 욱일문양을 이쁜 디자인으로만 여기면서 일장기 사진을 올리고, 안중근 의사를 몰라본 것이 그들만의 탓일까. 얄팍하게 역사 공부만 해서는 답이 나올 일이 아니다. 노래와 춤도 훈련해야 하겠지만, 스타는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 교양 위에 세워지는 것임을 알게 하고 배우게 했어야 옳다.

 리우 올림픽에서 만났던 아르헨티나의 유도선수 파울라 파레토는 정보경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 이제 삶이 달라지겠구나!’ 생각했지만, 그는 올림픽 이후 자기 본업인 의사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런 선수들은 우리 기준으로 볼 때는 특이하지만, 올림픽 정신에 확실히 부합하는 선수들일지 모른다.

 평생 수영 하나밖에 몰랐던 박태환 선수가 오래도록 자신의 삶을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려면,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일만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자신 삶을 준비하는 시간이 반드시 추가돼야 할 것이다. 수영으로서 기회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하나밖에 모르기까지 놓쳤을 인생 삶의 기본기와 삶의 지혜를 깨달을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그런 조언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청소년들이 넘쳐난다. 그들의 절반 이상이 무조건 스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스포츠를 해도 무조건 국가 대표를 목표로 한다. 정말 그렇게 하나밖에 모르고 살면 그들이 살아갈 미래는 암담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하나만 똑바로 하면 된다’는 교훈은 이 시대에는 이미 유효하지 않거나, 크게 잘못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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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 2016-08-18 16:43:23
한가지만 잘하면 된다.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런데 잘 못하는 오락프로에 나가 돈벌짓만 하는 것이 문제죠. 모르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이실직고하지 왠 뻘짓!! 그럼 보아는? 결국은 돈 욕심에 딴데 눈돌리니 문제지. 열심히한 노래와 춤만 하면 누가 뭐라 하나? 똑바로 제시를 하세요. 그냥 두둔만 한다고 다 뭔가 좋은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겠다. 또다른 욕심이죠. 작성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