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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長生(십장생)
十長生(십장생)
  • 송종복
  • 승인 2016.08.03 2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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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新:十:십 - 열 長:장 - 자라다 生:생 - 태어나다

 민간신앙 및 도교에서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 가지의 사물인 해[日]ㆍ달[月]ㆍ산(山)ㆍ내[川]ㆍ대[竹]ㆍ솔[松]ㆍ거북[龜]ㆍ학(鶴)ㆍ사슴[鹿]ㆍ불로초[靈芝]를 십장생이라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원한다. <서경(書經)>에는 복(五福) 중에 장수를 으뜸으로 꼽았다. 또 <사기(史記)>에 의하면, 진시황이 동방의 삼신산에 불사약을 구하려 했다. 이외에도 서왕모(西王母)의 요지(瑤池)에만 자란다는 복숭아를 몰래 훔쳐 먹고 신선이 됐다는 동방삭(東方朔)의 이야기나, 간의 수명을 관장한다는 수성노인(壽星老人)에 관한 전설 등은 모두 불로장생에 대한 인간의 염원과 관련된 것이다.

 십장생은 장수물(長壽物)로서 자연숭배의 대상이며, 원시신앙과도 일치한다. 이는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고구려시대부터 있었다고 본다. 고려 말 이색(李穡)의 <목은집(牧隱集)>에는 ‘내 집에 십장생이 있는데, 병중의 소원은 장생뿐이니, 운(雲)ㆍ수(水)ㆍ석(石)ㆍ송(松)ㆍ죽(竹)ㆍ지(芝)ㆍ구(龜)ㆍ학(鶴)ㆍ일(日)ㆍ월(月)로써 시를 지었다’고 했다. 또 조선 성종 때 성현(成俔)은 세화[십장생]을 하사받은 뒤 ‘해 달은 늘 비춰주고 산천은 변함이 없네. 송죽은 눈과 서리가 와도 끄떡없고, 거북과 학은 장수를 누리네. 흰 사슴은 그 모습이 실로 깨끗하고, 붉은 불로초는 잎사귀 또한 기이하네’라는 시를 지어 <허백당집(虛白堂集)>의「수사세화십장생(受賜歲畵十長生)」에 전해오고 있다.

 이 중 생물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노루는 12년, 돼지는 17년이다. 이에 비하면 학은 50년, 거북이는 200년, 대나무는 60년, 소나무는 500년이다. 그런데 불로초는 2개월로 십장생 중에 수명이 가장 짧다. 사람들은 불로장생과 만수무강을 바라며, 이에 길상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10장생을 그리며 이불에 수놓거나 장롱에는 자개무늬를, 병풍에는 산수화를, 사찰의 벽면에서 십장생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①해는 세상을 비추는 지혜 ②달은 어둠을 밝혀주는 능력 ③산은 변치 않는 불변과 건재 ④물은 높낮이에 역행하지 않음 ⑤대나무와 ⑥소나무는 푸름과 신의ㆍ절개ㆍ기상 ⑦거북과 ⑧학은 건강과 장수 ⑨사슴은 온순함과 평화 ⑩불로초는 먹으면 신선처럼 장수한다는 것으로 이들을 십장생이라 불렸다.

 십장생이 이렇게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바라는 불로장생과 만수무강이라는 현세 구복적 길상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차제에 옛사람들의 생활지혜를 본받아 자연의 순리와 십장생의 의미를 되찾아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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