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3:19 (금)
김영란법, 환부 도려내는 계기로
김영란법, 환부 도려내는 계기로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6.07.31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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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김영란법은 금융실명제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 질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최대 사건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일정 금품 이상을 주고받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크게 두 가지, 금품수수와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있다. 금품이 오가지 않더라도 부정하게 청탁하면 징역이나 과태료 등 처벌을 받는다.

 적용대상은 공무원과 그 가족이고 범주에는 사립학교 및 언론사 임직원, 사법연수원생, 청원경찰도 같은 공무원으로 인정돼 대상에 포함된다. 총 3만 9천965개 기관, 400만 명이 대상이다.

 일반인도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수수금지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하면 처벌 대상이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법인이나 단체 종업원이 업무에 관해 위반행위를 하게 되면 종업원 외 법인ㆍ단체도 제재를 받게 된다. 대한민국 밖이더라도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외국에서, 외국인으로부터 부정청탁을 받거나 금품 수수를 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김영란법은 인ㆍ허가 처리 등 14가지 직무와 관련해 누군가에게 청탁하면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불법이 된다. 직접은 물론 제3자를 통하거나 제3자를 위한 청탁도 안된다. 일반인 혹은 이해당사자가 직접 자신을 위해 부정청탁하는 경우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부정청탁에 대한 금지 규정은 있지만 제재는 제3자를 통하거나 제3자를 위해 이뤄진 경우에만 처벌된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는 거절의사를 명확히 해야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같은 일로 두 번 이상 청탁을 받았다면 소속 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처벌을 받지 않는다.

 김영란법 위반 사례를 신고하면 최대 20억 원의 보상금(국고 환수액 비율에 따른 최대 보상액), 최대 2억 원의 포상금(국고환수액과 상관없이 주는 최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파파라치 양성학원에는 포상금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켜지기 어려운 법이라는 것을 시장은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법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일소하는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측근, 누구와 잘 아는 사이, 지연ㆍ학연 닿는 사람을 통한 로비와 청탁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지수를 올린 원흉이다. 그래서 잘만하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혁명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혁명적 법률인 만큼 논란의 소지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부하직원이 단체장의 부정한 지시를 따르다가는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점이다. 실제 관료사회에서 단체장의 지시 거부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고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형편이 어려워 부모의 장기요양보험 대상자 선정이 필요한 경우에도 요건이 되지 않으면 청탁 같은 것은 생각지도 말아야 한다. 왜 안되느냐고 따지다가는 제3자를 위한 부정청탁으로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힘 있는 기관이 돼버린 시민단체와 같은 민간감시기구가 빠져버린 것도 문제다.

 이 법을 두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건전한 인간관계와 우리 특유의 정이 넘치는 사회문화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식당과 농수축산물 농가도 치명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400만 명이지만 그 여파는 전 국민이 맞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으로 피해 보는 국민은 극히 일부다. 대부분의 국민은 일부의 아우성을 기득권층의 몸부림으로 본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의 환부는 물론 진경준 사건에서 보듯 일부 권력층의 막가파식 일탈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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