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충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김혜란
  • 승인 2016.07.27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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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지난 26일 프랑스에서는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님이 흉기에 살해당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IS 테러라고 발표했다. 6월 막바지부터 한 달 내내 지구촌은 테러와 폭력으로 살인적인 더위와 공포의 정도를 겨루고 있다.

 지난 6월 말 터키 이스탄불 공항 테러와 방글라데시 다카 카페에서 벌어진 인질극은 IS 추종 세력의 소행이었다. 이달 초 이라크 바그다드 번화가에서 일어난 IS의 자폭 테러로 325명이 희생됐고,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이 흑인 사살에 대한 반감으로 8명의 경찰이 목숨을 잃었다. 파리 테러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프랑스에서는 다시 남부 휴양지 니스가 지옥이 됐다. 튀니지 출신 남성이 트럭을 몰고 해안도로를 질주해 84명이 목숨을 잃었다. 독일 도심 쇼핑몰에서는 18살 난 이란계 독일인이 쇼핑몰과 인근을 다니며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시아파 소수민족 시위대를 겨냥한 수니파 IS의 자폭테러로 최소 80명이 숨지고 231명이 다쳤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된 이래 15년 만에 최악 참사다.

 IS가 모든 테러의 배후로 나섰지만 유럽형사경찰기구(유로폴)의 분석에 따르면, IS가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 테러는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십 년 넘게 일어난 단독범행은 35%가 정신장애에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상처가 병이 된 우리 중 누군가가 폭력으로 자신과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7월도 만만치 않다. 부산ㆍ울산 지역에 가스 냄새가 진동하는데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광안리 바닷가에 개미떼가 대이동을 했는데, 그냥 해수욕장에 떨어진 음식물 때문에 먹이 찾아 움직이는 거란다. 지진에 대한 괴담까지 돌고 있다. 사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들어온다고 자다가 벼락 맞은 것 같은 성주 주민들이 찾아온 정치인 앞에서 장례의식을 한다. 의식불명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재벌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올해 수출은 0%대라고 뉴스와 기사마다 전한다.

 9월까지 더울 거라는 기상정보가 빗나가기를 바라면서 살인 더위에 그로기 상태지만 충격에 충격은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히 생각해 보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한마디로 현실을 바꿀 힘이 없다. 오히려 충격과 스트레스를 없애려다가 자신이 새로운 스트레스를 만들어 낼 확률이 더 크다.

 닥친 현실의 대부분을 내가 바꿀 수 없다면 한발 물러나서 관찰하면 어떨까. 화를 내거나 분노하는 대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발 물러나서 관찰하는 것이 백배 현명하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상황인지 좀 차분하게 관찰해보자.

 추리소설 중에서 영국 아서 코난 도일이 만든 셜록 홈즈 시리즈가 몇 년 사이 다시 인기다. 영화에 드라마에 홈즈 관련 상품에 카페나 레스토랑까지 소리 없이 퍼지고 있다. 한번 죽여 버린 홈즈를 작가가 다시 살려낸 것도 셜로키언(홈즈 매니아 팬)들의 성화 때문인데, 홈즈는 모든 상황을 놓치지 않고 천재적으로 추리해 낸다.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해낸다. 자신의 우울하고 외로운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사건 해결에 매달린다. 그의 매력이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문득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해 ‘탐정놀이’를 해 보면 어떨까. 충격에 바로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놀래거나 겁먹거나 화낼 게 아니라, 한발 물러서서 차분하게 관찰하고 의문을 던져 보는 거다. 턱에 손을 괴고 눈을 가늘게 뜨거나 차 한 잔 만들면서 생각해 보는 거다. 왜? 대체 왜, 그 범인은 그런 짓을 한 것일까. 멀쩡하게 공부 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호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가 왜 그런 짓을 한 것일까. 어떤 상황이 그에게 성격장애를 만들었을까. IS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홈즈도 되고 미스 마플도 돼 보자.

 충격에 대해 한발 물러나서 관찰하고 따져 보는 일은 적어도 순간적인 판단으로 일을 저지르거나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게 하지 않는다. ‘탐정놀이’로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게 어딘가.

 홈즈가 보기에 어떨까. 테러와 광기가 뒤덮이고 혹독하게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지구촌을 어떻게 분석할지 궁금하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절망한 사람들은 총을 들고 거리로 나와 이웃들을 겨냥한다. 그렇게 이방인을 향한 증오가 퍼지고, 권위주의 정치인들은 인기를 위해서라도 강경 대응을 내세우고, 그렇게 다시 폭력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 지구촌 현실이구나. 가스 냄새든 뭐든 일단 책임지지 않아야 하니 섣불리 발표하지 않고, 끌만큼 끌다가 잊혀지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관계자들의 무책임이 난코스구나.

 차가운 냉장고 물 대신 미지근한 실온수 한 잔으로 목축이면서 홈즈처럼 눈을 가늘게 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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