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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투어를 다녀오다
공감투어를 다녀오다
  • 김은아
  • 승인 2016.07.25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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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하늘에서 흐르는 구름이 발아래 있다. 비행기가 구름 속을 몇 번 선회하더니 우렁찬 바퀴음으로 착륙을 알린다. 2박 3일간의 현장 투어를 올해는 제주에서 시작한다. 벌써 4회째, 문화가 있는 곳을 찾아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이 다시 왔다.

 첫째날, 아라리오뮤지엄과 문화공간 ‘양’을 답사했다. 아라리오뮤지엄은 한 개인이 문화에 대한 안목과 열정으로 수집한 예술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이다. 사무실과 영화관, 모텔 등으로 사용됐던 기존의 건물들이 지닌 역사적인 가치에 현대미술의 문화적 가치를 더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제주 원도심의 버려지고 방치된 건물들을 배경으로 삼아 실험적이고도 독특한 그 곳만의 특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도시재생에 공조하고 있다. 아라리움 견학을 통해 유휴공간의 활용에 대한 고민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화프로젝트 사례지로 탐방한 문화공간 ‘양’에서는 거로마을과 제주도의 오랜 역사에 대한 예술적 재해석을 통해 공유하는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삶과 더불어 함께 하는 예술’에 대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설립된 이 공간은 젊은 작가를 지원하고, 숨겨진 작가들을 발굴하며, 지역민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가와 이론가, 지역사회 사이의 다양한 소통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둘째날, 김영갑 사진작가의 갤러리, 서귀포 문화빳데리 충전소를 견학했다. 한 사진작가의 치열했던 삶의 이야기를 통해 문화를 만들었다. 홍대문화를 이끌었던 기획자가 꿈이 담긴 문화빳데리 충전소를 통해 문화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땀이 함께 해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깨닫는다. 문화빳데리 충전소는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공간들이 없는 문화불모지에 이주예술인과 지역예술인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거점으로 만들어졌다. 그 공간에서 서귀포 곳곳에 흩어진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집결해 새로운 문화예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중섭박물관과 제주현대박물관은 추억을 꺼내고 있다. 이중섭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중국 조선족 작가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우리노래 ‘아리랑’으로 담아내고 있다.

 마지막 날, 한수풀 해녀학교와 유휴공간인 감귤창고를 탈바꿈해 만든 반짝반짝 지구상회를 찾았다. 6~70대 할머니들이 마을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시는 해녀학교와 지역의 재주 좋은 젊은이들이 바닷가 쓰레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마을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닮았다. 반짝반짝 지구상회는 재주가 있는 젊은 환경작가들의 모임인 ‘재주도 좋아’ 팀의 오픈스튜디오이다. 지구상회는 농협 감귤선과장을 개조해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과 목공과 유리공예 작업장을 갖추고 있다. 바다 쓰레기 등을 소재로 예술작품을 만듦으로써 환경운동과 창작활동을 결합시키는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눈에 띈다. 체험의 기회를 통해 폐유리를 활용한 브로치를 만들며 쓰레기도 문화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

 그 외에도 문화카페 왓집, 지니어스 로사이, 올래시장 등 많은 문화공간을 찾았다. 2박 3일에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벅찬 일이었지만 새로운 곳을 탐방하고 우리와 다른 문화를 접했다는 것이 큰 보람으로 와 닿는다.

 제주의 문화공간에서 만난 젊은 작가의 고민이 우리가 하는 고민과 같음에 마음이 아프다. 작가나 기획자의 역량이 얼마이며 그것을 가치로 따진다면 얼마나 될까. 예술가들이 ‘예술은 얼마인가’라는 주제의 전시와 토론을 가지는 것을 보며 문화적 가치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 좀 바뀌어야 함을 느낀다. 함께 즐기는 문화이기도 하지만 가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불하는 문화적 마인드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젊은 작가들의 고민들이 그 속에 있음을 느끼며 함께 공존하는 삶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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