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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 빚어 ‘소통의 빛’ 창조하죠”
“전통과 현대 빚어 ‘소통의 빛’ 창조하죠”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7.21 0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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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미다운도예 박용수 분청사기 매료 진례 안착 시대 대표 작품 제작 꿈꿔
▲ 제자(題字): 환빛 이병도(캘리그라퍼ㆍ서예가)
 김해 미다운도예(대표 박용수)는 전형적인 시골 풍경에 둘러싸여 있다. 주위에 공장들이 들어서 있지만 미다운도예에서 풍기는 흙 향기 탓인지 온갖 새들도 가족 같다.

 부산에서 출생한 박용수 사기장은 어린 시절을 수산대(현 부산부경대)부근에서 자라 바다는 언제나 소중한 친구였다. 대연중학교에 다니면서 미술부에 가입했다. 빈센트 반 고흐와 이중섭의 그림을 보며 미술부원들과 활발한 토론을 했고 휴일에는 친구들과 스케치 여행을 다녔다. 그것이 계기가 돼 부산공예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열정과 재능을 갖춘 공통점이 있는 이중섭과 반 고흐의 작품을 상상하면서 훌륭한 화가가 되려고 고민을 한 끝에 도자공예과에서 도자기와 그림 공부로 이어갔다.

 이중섭과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비교해보면 참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비록 비극적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살아있는 동안 그들의 삶과 예술을 지켜주었던 힘은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었다.

▲ 빛의 영역. 우리나라 고유의 초화(草花)문양을 재해석하고 투각해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와 조화가 이루도록 했고 LED등을 장착, 빛의 영역을 확보함으로써 아름다운 공간미(空間美)를 형성하도록 했다.
 반 고흐의 작품은 무겁고 투박한 질감으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창의적인 재질에 독창적인 기법으로 독자적 세계를 그린 이중섭의 은지화는 동서양을 넘어 각자 이룬 값진 예술적 성취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박 사기장의 작품의 근저에는 바다와 가족이 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는 삭막한 현실을 보면서 이중섭과 반 고흐를 둘러싼 진정한 가족 사랑과 시대변화를 담담하게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박 사기장은 공예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수원에 있는 ㈜유니버스세라믹과 경주 월성요업주식회사 도자개발실에서 십여 년을 도자제품개발과 연구를 했다. 스스로 도자작업장을 열기 위해 고심하던 중 백자작업 위주로 하는 세라믹하우스 옥토라는 도자작업장을 개설해 작업하던 중 분청사기에 매료돼 분청사기의 고장인 김해시 진례면 담안리에서 2002년 미다운도예를 열었다.

 요장 이름 ‘미다운도예’는 아름다운 도예라는 의미의 한글고어다. 도자기를 아름답고 예쁘게 만들자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지나 온 세월을 되돌아보면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도자기는 나에게 있어 필연의 운명과 같다. 생활이 어려워도 한 번도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기장들은 거의 매일 실패하고 좌절을 한다. 깨지고 터지고 비뚤어지고 녹아버리는 등, 도자기 만드는 일이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내일 또 도전을 한다. 성공하고 실패하고 수십 번 수백 번 그러하더라도 내일 또 만들고 또 시도한다. 이는 도예가들뿐만 아니라 세상일이 다 그럴 것 같다.

▲ 박용수 사기장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박용수 사기장의 생활신조는 “변화에 적응하는 자 만이 살아 남는다”이다.

 전통 찻잔에는 손잡이가 없는데, 손잡이를 붙여 찻잔과 커피 잔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만 고집하다 보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사회변화의 흐름에 맞춰 전통과 현대를 접목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변화와 조화를 위해 언제나 세상과 소통하려고 한다.

 박 사기장은 언제나 ‘쓸 용(用)’을 마음에 새기며 작품을 몰두한다. 변화에 적응하고 창작하자는 마음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으면 늘 똑같은 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체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마음, 기법, 작품은 마음과 몸과 영혼이 혼연일체가 돼야만 가능하다.

 가끔 힘이 들거나 기쁜 일이 생기면 부산공예학교 도자공예과 스승이셨던 김상수 선생님을 찾는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제자들을 걱정하시고 졸업한 지 40년이 다 된 지금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박 사기장은 김해도예인들이 한자리 모여 작업, 연구, 교육, 전시, 교류할 수 있는 김해도예촌 건립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그곳에서 누구나 좋아하고 가지고 싶은 명품도자기, 이 시대를 대표하는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

 기초부터 탄탄한 이론과 기술로 예술가의 혼으로 2대 사기장으로 거듭날 아들이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에서 도자기 전공을 하고 있다. 미다운의 이름으로 아들은 도자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고 있다.

  (주소: 김해시 진례면 고모리 442번길 36-11)

 ◆이력(경력ㆍ수상ㆍ전시ㆍ논문 등)

 -2002년 미다운도예원 설립

 -APEC기념특별전, 韓日교류 정예작가초대전(기장도예관)

 -동서미술의현재전(경남도립미술관)

 -도예와 목공예의 만남展(행복선수행학교 미타갤러리)

 -부산국제음식박람회 테이블웨어전(부산벡스코)

 -한ㆍ중ㆍ일 공예교류전(아트센타 고마)

 -남도미술의향기전(순천문화예술회관)

 -빛으로 말하다전(김해분청도자관)

 -경상남도공예품대전 대상

 -중소기업청장상 수상

 -경상남도 도지사 표창

 -경남기능경기대회심사위원장

 -김해도예협회자문위원

 -부산茶문화진흥회정회원

 -예얼도예가회자문위원

 -김해 분청도자공원 조성의 필요성(논문)

 -조선 사발의 경계를 넘어(심포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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