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과 가수 조영남 인연은
하동과 가수 조영남 인연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7.17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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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이 ‘호중별천(壺中別天)’이란 시에서 동쪽 나라 화개동은 호리병 속 별천지(東國花開洞 壺中別有天)라고 읊은 곳이 하동군의 화개면이다. 서울에서 열린 2015 중국 방문의 해 개막식 때 시진핑 중국 주석이 축하 메시지로 최치원의 이 시구를 인용, 한국의 아름다움을 칭송, 유명해졌다.

 또 가수 조영남의 화개장터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요즈음 화개장터는 그 명성만큼이나 시끌벅적댄다. 그림 대작(代作)사건으로 기소된 조영남(71) 씨를 구명하기 위해 하동군이 나서 탄원서를 받은 것 때문이다. 탄원서 작성에 공무원이 동원된 것은 옳지 않다. ‘탄원서는 가급적 외부 유출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 것도 대작사건의 파장을 감안, 논란이 될 탄원서 작성을 의식한 때문이다.

 하지만 하동군이 인연을 강조하면서 탄원서를 받을 정도였다면, 공개적이고 당당했으면 한다. 하동군은 자발적이지 강제성은 없었다고 발을 뺄 일도 아니다. 가요 ‘화개장터’가 위치한 화개면 청년회 등 단체들로부터 탄원서 작성이 시작됐고 주민요구 때문이 사실이래도 그렇다.

 하동군은 화개장터가 맺어준 조영남과의 인연이 녹아 있는 곳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말 하동사람 윗말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 한번 와 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자신이 밝혔듯, 노래 한 곡으로 국민가수의 반열에 올랐고 평생을 우려먹고 있다.

 전라도 쪽 사람들은 나룻배 타고/ 경상도 쪽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가/ 오손도손 왁자지껄 장을 펼치네/ 구경 한번 와 보세요/ 오시면 모두 모두 이웃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받는/ 경상도 전라도의 화개장터/ 정치적 산물로 태어난 영호남 갈등도 화개장터에 오면 눈 녹듯 녹아 한 뿌리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에서 더욱 사랑받아야 하는 곳이며 실제 화개장터는 영호남이 함께하는 모두의 장터다.

 하동군은 지난 2014년 11월 화개장터 인근에 있던 옛 화개우체국 건물을 사들여 갤러리와 카페를 만들고 화투그림 등 38점을 포함해 모두 60점을 전시하고 있다. 군은 최근 대작사건으로 폐쇄 논란이 불거졌지만 ‘조영남 화개장터갤러리카페’를 존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상기 하동군수는 “조영남 씨가 국민가요 ‘화개장터’를 불러 수십 년간 하동을 전국에 알려왔고, 전시된 그림도 무상임대한 것으로 판매도 않아 대작 논란과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다”며 “대작논란과 상관없이 그의 작품을 존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윤 군수는 “조영남의 화개장터는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주는 등 하동과 조영남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며 하동과 조영남의 인연을 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군이 주도해 주민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에서는 그 타당성을 두고 이견도 있다. 또 모 종편은 유명 연예인과 관계된 이슈 탓도 있겠지만 아름다운 남녘 땅 하동군의 탄원서 작성 건이 마치, 부정덩어리인양 난리를 치기도 했다. 물론, 대작을 매입한 당사자들의 탄원서가 제격이겠지만 하동군의 입장에서는 이해될 수 있기에 다소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군은 탄원서 건에 대해 마냥, 꼬리만 내릴 일이 아니다. 탄원서 작성에 하동군청 전 직원들이 함께 나섰다는 것에 호리병 속 별천지 하동의 당당함이 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조영남이란 이름 하나가 하동 관광에 주는 영향이 크다”며 “앞으로도 화개장터를 중심으로 조영남 마케팅을 계속해 나갈 계획”도 밝혔다.

 노래 화개장터는 작은 시골 마을 장터의 숨은 의미와 큰 가치를 전국 방방곡곡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물론 그림 대작이라는 잘못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지만 이번 탄원서는 2014년 말 불의의 화재로 소실된 화개장터를 살리기 위해 자선콘서트까지 열었던 그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 하동군과 주민들의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게 하동군의 생각이다.

 그러하다면, 탄원서 작성 건의 경위도 기술, 일정기간 동안이라도 갤러리에 내 걸어 동의도 구하고 잘못이 있다면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또 군이 나서 대작매입 건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등 방법도 있다. 물론 반향이야 제각각 이겠지만,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화개장터로 거듭나기 위한 것에서다.

 때문에 대작이 아니라 위작사건이래도 가수 조영남과 화개장터의 인연을 쪽박같이 깨버릴 수가 없고 자산으로 간직해야 한다는 게 하동군의 입장이라면, 당당하게 추진해야 한다. 쪽팔리지도 않고 인연의 불씨라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피천득의 인연)는 것이 인연이라면, 더욱 그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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