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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의 눈물, 김해의 눈물 되지 않아야
말뫼의 눈물, 김해의 눈물 되지 않아야
  • 원종하
  • 승인 2016.07.1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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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통상학부 교수 토요 꿈 학교 대표
 2002년 조선 산업 쇠퇴로 조선소의 핵심설비인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한국의 현대 중공업에 넘긴 스웨덴 ‘말뫼의 눈물’이 14년이 지난 조선 강국 한국에서도 현실화돼 가고 있다.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는 세계적 조선소인 코쿰스가 있던 곳으로, 조선산업 침체로 골리앗 크레인을 어쩔 수 없이 팔아넘기자 당시 스웨덴 언론은 이를 ‘말뫼의 눈물’이라고 보도했다. 창원시 성동산업 마산 조선소에 있는 700t 규모의 골리앗 크레인이 곧 해외로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조선 산업이 쇠퇴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조선소나 말할 것 없이 야드에 우뚝 솟은 골리앗 크레인은 조선소를 상징하는 핵심 생산 자산이였다. 이 크레인의 270억 원을 들여 2008년 8월에 만든 것으로 무게는 3천 200t, 높이는 105m나 되는 대형에 속하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있는 골리앗 크레인 900t에 크게 뒤지지 않은 설비이다. 미래를 보는 통찰력의 부재와 끊임없는 혁신과 인재육성에 소홀히 한 탓으로 결국 법원 경매절차를 거쳐 감정가 190억 원으로 시장에 나왔다. 크레인 자체만 190억 원이고, 해체와 운송ㆍ재설치를 하는데 40억 원이 추가로 든다. 국내에서는 조선경기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고 매수의향을 보인 곳이 한 곳도 없었다. 감정가를 내려 30억 원에 팔겠다고 해도 나서는 곳이 없자 최종적으로 해외로 팔기로 한 것이다.

 최근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업체들이 직접 와서 크레인을 보고 갔다고 한다. 특히 루마니아 한 조선업체가 관심을 보여 가격을 대폭 낮춰 막바지 매각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것 역시 장담할 수가 없다. 문제는 또 있다. 700t 골리앗 크레인 말고도 300t 등 다른 크레인 2기도 아직 팔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터는 정리가 되고 있다. 12만 726㎡인 조선소 야드는 땅이 필요한 기업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1972년 선박 또는 선박 구조물을 만들었던 조선소 터는 지난해 7월 법원 경매에서 1천150억 원에 팔려 필지가 분할돼 기계, 항공기, 원자력 부품 등 조선 산업 등 20개 중소기업이 들어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경영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불확실성 시대에 놓여있다. 김해에 있는 7천500여 개의 중소기업 중 500여 개는 조선 산업과 관련된 업체들로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체 숫자로 볼 때 작아 보이지만 기업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고 서로 전후방으로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기업의 어려움은 대표나 근로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의 붕괴는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실업자가 늘어나게 되고 인구는 줄어들게 되고 종국적으로 그 도시의 성장과 시민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된다. 김해시는 이러한 경제산업 분야에 있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위험에 대한 시나리오전략을 수립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문제가 현실이 되는 순간 민첩한 대응이 어려워진다. 지금부터 예상된 미래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김해 전체 산업의 경쟁력 관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본적인 재무제표나 데이터를 중심으로 디테일한 기업 평가를 착수해야 한다. 그런 후 20ㆍ70ㆍ10의 분표별 모델을 만들어 대표기업과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 퇴출기업과 업종전환 기업을 선정 후 선택과 집중적인 지원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 산업의 이동과 고객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육성프로젝트를 실시하지 않으면 몇 년 후 말뫼의 눈물이 김해의 눈물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스웨덴 말뫼에서 골리앗 크레인을 울산으로 가져올 때 그 장비의 수명이 15년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영원한 것은 없는 법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한다. 15년 전 절망으로 가득한 채 눈물을 흘렸던 말뫼는 현재 친환경 문화도시로 거듭나 미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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