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9:20 (토)
김해에서 만난 피카소
김해에서 만난 피카소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7.14 0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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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문화ㆍ체육부장
 아름다운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김해에 피카소가 찾아왔다.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지난 3월 11일부터 6월 26까지 서양미술의 거장 20인의 작품 100점을 선보이는 ‘피카소에서 앤디워홀까지’ 베네수엘라 국립미술관재단 컬렉션 전이 있었다.

 유화, 석판화, 입체조형 등 총 100점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작품 24점, 샤갈(Chagall)의 작품 9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작품 15점, 몬드리안(Mondrian)의 작품 8점,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 10점 등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거장들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할 수 있었다.

 보통 미술이나 예술을 하는 화가나 작가들의 경우에는 죽은 후에 이름을 떨치는 경우가 많다.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죽고 나서야 이름을 빛내는데, 피카소는 평생을 돈 걱정 안 하면서 1973년 4월 8일에 프랑스 남부 무쟁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지만, 이 세상에서 아흔 두해를 살았고 그중에 일흔 해 이상을 유명인으로 살았다.

 그의 이름 ‘파블로 디에고 루이지 피카소’ 또는 ‘파블로 피카소’라고 부르는데, 파블로는 개인 이름, 디에고는 세례명, 루이지는 아버지의 성, 피카소는 어머니의 성이다. 20세기 최고의 화가를 말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 파블로 피카소라고 답할 것이다. 그가 남긴 작품 수는 대략 5만 점에 달한다고 하는데 작품의 종류도 다양해서 회화 1천885점, 조각 1천228점, 도자기 2천280점, 스케치 4천659점에다가 판화작품이 약 3만여 점이라고 한다. 이는 그가 연필을 잡았던 시기를 두 살로 상정해서 90년 동안 작품을 생산해 내었다 하더라도 하루에 1.5개의 작품을 생산해 낸 것이니 이는 실로 방대한 양이다.

 피카소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할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할 수 없다. 이것이 논쟁의 여지가 없는 불변의 진리”를 작품으로 말하고 있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싶을 정도로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그는 끊임없는 열정과 샘솟는 실험정신으로 미적 영역의 새로운 개념을 발굴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으며, 새로운 입체파 회화를 창시했다. 피카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예술가였다.

 개인적으로 피카소처럼 어딘가에 재미를 붙이면 거기에 몰두해서 자신의 온 열정을 바치는 그의 에너지를 배우고 싶다. 일이든 취미든 사람이든 자신의 온 영혼을 몰두하고 에너지를 집중하는 그의 열정, 피카소는 92년간의 삶을 살아가면서 80년이라는 인생의 시간을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예술에 인생을 바쳤다. 그 시대에 유행하는 미술분야를 모두 시도했다. 인상주의로부터 큐비즘(cubism), 초현실주의, 시 쓰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자신의 온 영혼을 바쳐서 시도했다. 그의 에너지는 그가 그림에서 자주 표현한 황소의 에너지를 닮았다.

 피카소는 “나는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리기 위해 4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했다, 그러나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평생을 바쳤다”고 했다.

 피카소가 원했던 그림은 라파엘로같은 거장처럼 그리는 것이 아닌 자유로운 시각을 가진 상상력 넘치는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순수하며 상상력 넘치는 아이들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피카소는 평생을 바쳤다. 결국 사실화를 그리기 위해서 4년이 걸렸지만 형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창조물을 그리기 위해서 그는 평생의 시간을 누볐다.

 피카소는 “사람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캔버스에 훌륭한 그림을 그리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림을 그릴 용기가 없으면 그림을 그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리고 뚝심이 있어야 그림을 끝까지 그릴 수 있다. 또한 창조력과 예술적 감각이 있어야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노력과 열정, 끈기가 필요하며 때때로 그림을 수정할 수 있는 임기응변 능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그림의 초안을 잡고 계획을 세우고 끝까지 실현시킬 수 있는 결심과 추진력, 행동력이 필요하다. 훌륭한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이 모든 능력은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이다.

 피카소는 “저급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했다. 김해는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윽한 문화의 향기가 살아있는 예향도시다. 피카소의 김해나들이에서 배운 것은 세상에 없던 것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탐색하고 융합하려는 노력이 김해의 예술가들 특히 도예인들에게 던진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김해의 도예인들이 추구하는 세상은 위대한 예술가 이상의 경지에 오른 무엇인가를 꿈((Le reve)꾸어야 할 것이다.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고 한 피카소는 타고난 천재적인 재능, 끊임없는 작품 창작의 열정과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영원히 우리 곁에 예술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피카소의 전시와 숨결을 김해문화의전당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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