園頭幕(원두막)
園頭幕(원두막)
  • 송종복
  • 승인 2016.07.1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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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園:원 - 울타리 있는 밭 頭:두 - 머리 幕:막 - 초막

 참외ㆍ수박 등 서리(절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은 것이 원두막인데, 이는 배고픔을 달래가면서 어려운 보릿고개를 이겨냈던 유일한 오아시스 같은 마음의 안식처다.

 원두(園頭)는 밭에 심은 참외ㆍ수박ㆍ오이ㆍ호박ㆍ딸기 따위를 통틀어서 이르는 말이다. 이런 작물이 심겨진 밭을 원두밭이라 하고, 원두를 지키기 위해 지어놓은 높직한 막을 원두막(園頭幕)이라 한다. 원(園)이란 울타리가 있는 밭으로 공원(公園), 과수원(果樹園), 전원(田園), 화원(花園) 등에 사용한다. 동네 짓궂은 아이들이 장난으로 따먹는 버릇이 있어, 밭머리나 밭 한가운데에 원두막을 짓고 주야로 지켰다.

 원두막은 기둥 4개를 세워 꼭대기에 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만들고, 그 밑에 판자나 통나무로 누대를 만들었다. 사방은 볏짚이나 밀짚을 엮어 둘러치되 개폐식으로 하여 막대기로 버티어 열 수 있도록 하고, 사다리를 놓아 오르내리게 했다. 원두막은 옛날부터 원두를 지킨다는 구실 외에도 동네 사람들의 좋은 피서지였으며, 밤이면 청춘들의 모임 장소가 됐다. 또 낮에는 길손들이 땀을 식히고 가는 휴식 장소였다.

 ‘서리’라는 것은 야밤에 농작물을 훔치는 행위다. 지금은 ‘서리’를 하다가 잡히면 몇 배를 배상해야 하며, 심지어 밭 통째로 물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장난삼아 하는 행위로 발각돼도 대충 이해해 줬다. 일본은 농작물 훔치는 것을 허용한 때도 있었다. 즉, 농작물이 ‘서리’ 맞으면 다음 해 풍작을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서리가 절도죄로 전과자가 된다. 이로 보면 그 가난하던 시절에는 그저 통용되던 문화로 이해됐던 것이다.

 속담에 ‘원두막 삼 년 지키면 조문 꾼이 없어진다’ 또는 ‘원두막 주인은 사촌도 몰라본다’ 즉, 물건을 팔아 이익을 얻는 장사치는 이웃에 거저 주거나 더 헐하게 주지 않아 인심을 잃게 되며, 죽은 뒤에 조문하러 오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사촌이 와도 거저 주지 아니하기에 직업상 인심을 잃게 됨을 비유하는 말이다. 반면에 ‘칠월 신선에 팔월 도깨비라’ 하여 칠월의 삼복더위에는 원두막에서 시원하게 지내고, 팔월의 장마는 도깨비처럼 피해 걱정 없이 편안히 지냄을 비유하는 말이다.

 원두막은 보기만 해도 시원스럽고 낭만이 넘친다. 산업화가 되기 전에는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이던 것이 지금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요즘은 4대강변의 자전거 휴식공간을 원두막이라고 하니 유감스럽기만 하다. 이제는 사라진 유물이지만 한 때는 농촌의 대표적인 목가적 풍경이며 낭만이 넘치는 곳이다. 농촌의 흥겨운 정이 넘치고 배고픔을 달래면서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이겨낸 유일한 ‘오아시스’ 같은 곳인데, 지금은 원두막이 거의 사라지니 옛 농촌의 정취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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