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서도 희망을 못 찾으면…
교육에서도 희망을 못 찾으면…
  • 김혜란
  • 승인 2016.07.14 0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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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나향욱 전 교육부기획관의 막말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발언이 신문기사로 나오고 사흘 만에 파면이 결정됐다. 공무원의 품위유지를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도 이유라고 했지만 결국은 공무원의 품위를 해쳤다는 항목이 가장 큰 이유다. 한 소설가는 민중이 개돼지라면 나향욱은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라고 했고, 점잖은 앵커는 살다 살다 별소리 다 들어본다고 했다.

 당사자인 민중으로서 말로는 표현 못할 분노가 끓어오른다. ‘99%의 민중이 개돼지’라는 영화 속 대사를 말하면서 밥만 주면 된다는 표현은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가능한 말일까. 그것도 대한민국의 교육을 기획하는 자라는데….

 더 경악할 일은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분제란 양반과 중인, 천민 같은 것 아닌가. 백 년도 전인 조선시대에 갑오개혁을 통해 없어진 신분제가 다시 부활했을 리도 없고 그가 말하는 신분제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결국 그가 생각하는 현대의 신분이란 재력과 학력, 권력을 쥐고 있는 1%만이 인간이고 그 외의 99%는 사람도 아닌 것으로 여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계급은 올라갈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지만 신분은 세습이 원칙이며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다고 배웠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우리 사회는 계급이 고착화되고 있어 걱정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이제 말장난 정도로만 생각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해서 재벌 회장이 되더라는 이야기는 이제는 전설로 여긴다. ‘수저론’과 ‘헬조선’ 등이 이 땅 젊은이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는 마당에 나라 전체의 교육을 기획하는 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런 망발은 망국론을 떠올리게 한다.

 끝없이 좁아지는 기회와 일상적으로 만나는 차별로 힘든 젊은이들에게 다른 이들이 뭐라 해도 교육을 통해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앞장서서 확신을 줘야 할 사람이 기자들을 앞에 앉히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는 그저 조직의 한 부분일 뿐, 그가 속한 조직은 혹시 더 확고하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치민다. 순간 오싹한다. 등의 땀이 가신다. 더 많은 나향욱들이, 국민들의 교육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더 많은 그들이 이런 생각으로 민중을 대하고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런 증거는 많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 고교교육의 다양화를 위해 만들었다지만 이미 학교는 철저히 서열화되고 있다. 서울대도 본고사 대신 보는 아이들의 학생 종합 성적부에는 돈과 부모의 관리 없이는 불가능한 스펙이 춤춘다. 고교생이 무슨 수로 영어와 중국어책 다수를 번역하고, 시집을 출간하며, 단편영화 감독 및 제작을 할 수 있을까. 부모가 도대체 얼마나 돈을 들여야 고교생이 그 일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 말도 안 된다 싶지만 그런 스펙으로 당당히 합격했다고 한다.

 없는 집 자식을 좌절시키는 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도 다르지 않다. 대학 졸업장 없이도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ㆍ검사ㆍ변호사가 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학을 나온 뒤에도 1년에 2천만 원 안팎씩 3년 동안 학비만 6천만 원가량 내고 로스쿨에 다녀야 법조인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러니 현대판 음서제로 불린다. 아버지가 법조인이라고 자소서에 쓰면 처벌하겠다지만 꼭 써야 아는 것은 아니다. 국회 보좌관 가족채용 논란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가 망한 원인 중 음서제도가 꼽힌다.

 음서제도란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제도로, 공신과 5품 이상 고위관료 자식들에게 특혜를 주던 제도다. 아버지나 할아버지 덕에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관리가 될 수 있게 해준, 이른바 특채제도다.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관직이 5품 이상이면 아들과 손자까지, 3품 이상이면 수양아들ㆍ 조카ㆍ동생까지 혜택을 줬다. 1인 1자가 원칙이었으나 실제로는 2명 이상도 누릴 수 있었다. 이들에게 주는 관직(음직)은 처음엔 실무와 관계없는 한직이었지만 점차 요직으로 확대됐다고 전한다.

 교육은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교육을 기획하는 자라면 없는 희망도 가질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그런데 1% 외의 국민 모두에게서 희망을 빼앗는 발언을 했고 없어진 신분제를 끌고 나와 공고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그가 속한 조직에게 묻고 싶다. 그러는 너희는 언제까지 영원할 것 같으냐고. 철밥통이 아무리 좋아도 그 철밥통 채워주는 건 국민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나향욱 전 교육정책기획관의 발언을 그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여기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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