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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列字(항렬자)
行列字(항렬자)
  • 송종복
  • 승인 2016.07.06 2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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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行:항 - 쓰이다 列: 렬 - 항렬 字: 자 - 글자

 항렬은 혈족사이의 世系의 위치를 정하는 문중율법이며, 항렬자는 이름 중에 한 글자를 공통적으로 사용해 같은 혈족의 세대임을 표하는 돌림자이다.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이척:1874~1926)은 사람의 본관과 이름만 듣고도 항렬을 알아낼 수 있고, 그 사람이 몇 세손이며 직계조상까지 알아낸다고 한다. 항렬은 계보상의 종적인 세대관계를, 항렬자는 이름의 돌림자로 나타낸다. 처음에는 형제간에 사용하다가 조선 중기부터 사촌, 육촌 이상까지도 항렬자로 사용했다. 그러나 조상제사는 비록 항렬이 높은 숙부나 작은 조부가 있어도 장손이 지낸다.

 항렬은 이름만 보고도 세보를 알 수 있다. 예의상 자기를 기준해 나이가 적어도 항렬이 높거나, 항렬이 낮아도 나이가 많으면 존댓말을 써야 한다. 절을 할 때도 같이 하는 것이 상례다. 제7차 교육과정 도덕 교과서에는 ‘미성년자일 때 항렬이 자기보다 위에도 말을 놓을 수 있지만, 성인이 되면 존대 말을 해야 한다’라고 쓰여 있다. 또한 5~10살 이상 차이 나면 아래 항렬이라도 어른으로 대접한다.

 한 예를 들어 조선개국에 공을 세워 청주군(淸州君)에 봉군(封君)되신 휘(諱) 송유충(宋有忠)을 시조로 모시는 청주송씨의 후손들은 항렬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현재 생존하는 동시대를 보면, 18대 송○學(학), 19대 송世(세)○, 20대 송○復(복), 21대 송裕(유)○, 22대 송○盛(성), 23대 송鉉(현)○ 등으로 쓰고 있다. 이같이 항렬자는 이름의 중간과 끝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것이 상례다. 이름만 들어도 상호 간 일가친척임을 알 수 있고, 또한 항렬을 보아 할아버지뻘, 아버지뻘, 형ㆍ아우뻘, 손자뻘을 단번에 알 수 있어 친밀감이 앞선다.

 외국은 항렬을 쓰는 게 아니다. 반대로 부모의 이름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영어권은 이름 뒤에 OOO Jr.(주니어), OOO Sr.(시니어), OOO III(3세)같이 이름은 짓는다. 즉 윗대인 아버지, 할아버지 등과 이름이 똑같은 것의 구분을 위해 2대, 3대 등을 붙인다. 부모의 이름을 모두 이어받는 일부 문화권은 ‘미들네임’에 이를 기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풀네임’이 길어지는 경우도 많다.

 항렬은 아무나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문중에서 족보를 편찬할 때 일정한 대수의 항렬자와 그 용법을 정해 후손들이 이에 따르도록 한다. 요즘은 순 한글이름인 하늘, 바다, 구름 등이나 고유명사인 대한, 민국, 만세 등 일반인들이 외우기 싶고 부르기 쉬운 것으로 나가는 것을 보니 숭조정신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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