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12 (금)
도구로서 돈의 문화
도구로서 돈의 문화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6.29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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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문화ㆍ체육부장
 사람들이 생각하는 돈은 무엇일까? 우리는 매일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다시 그 돈을 어떻게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을 한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우리의 생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돈은 분명히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하다. 호화롭고 풍요로운 생활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라고 한다면 이를 위해서는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모습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은 돈을 위해서 거의 모든 것을 하고 돈은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한다. 돈을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역사는 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벌고 취하려는 탐욕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돈만으로 행복을 구매하거나 맞교환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면 더더욱 그렇다.

 돈은 지저분하거나 우아하지도 않고 단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단으로 봐야 한다. 유태인들은 돈을 우리 인간생활에 필요한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며, 가능하면 많이 가지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만 그것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가의 문제는 돈을 소유한 사람의 지혜에 달려 있다고 본다. 각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돈은 도구일 따름이다.

 가난은 문학 속에서 곧잘 아름다움과 청빈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어릴 때는 고통의 모습이고 배고픔의 대명사다. 유태인들은 금전을 소홀히 여기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태인 사회에서는 가난과 청빈에 대한 관념이 동양처럼 강력하지 않다. 돈에 굴복해 찬양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돈을 추하게 여겨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버는 자보다는 모으는 자가 이긴다. 가난함은 수치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예로움도 아니다.” 이는 탈무드에 나오는 말들이다. 유태인들은 돈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돈을 선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돈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여기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생활에서 돈으로 많은 것들을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과 마카오의 이동은 주로 프리미엄 고속페리 코타이 워터젯(Cotai Water Jet)을 이용한다. 좌석은 일반석과 VIP 석이 있다. 요금이 조금 차이가 있지만 VIP석은 운항 중에 간식과 음료가 제공되고 의자 앞에 테이블이 있어 업무도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배에 승ㆍ하선할 때는 먼저 타고 내릴 수도 있으니 뭔가 확실히 대우를 받는 기분도 들었고 편리했다. 돈이라는 도구의 위력이다.

 세계 최대의 경제자유지역 홍콩과 동양의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여행에 동행한 촉망받는 금융투자 전문가 김재영 H&Y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돈에 대한 견해에 주저하지 않고 “돈은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명료한 대답을 했다.

 돈을 무시하고는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면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학원에서도 여유가 있다면 정해진 학원시간표가 아닌 개인교습을 받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먹을 것이 없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하면 요즘 자녀들은 기본적으로 굶었다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한다. 라면이라도 먹지 왜 안 먹었느냐고 도리어 의아해한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면 더 이상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돈이 없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옷을 고를 때는 언제나 조금 큰 치수를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형이 입던 옷을 물려받고 내가 입던 옷은 동생한테 물려주기 위해 언제나 넉넉하게 입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울렛에서 고른 옷은 젊은 층들이 입는 스키니 바지였다. 평상시 입던 옷보다 한결 간편하고 몸에 달라붙는 느낌도 좋았다. 같은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도구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은 가진 자의 지혜가 된다.

 법정 스님을 떠올리면 지금도 바로 ‘무소유’가 그려진다.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도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손을 잡았다. 그랬던 종교가 이제 가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슬프다. 사실 돈이 붓다와 예수를 대신하는 시대라는 지적이 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도 없고 종교도 여유로운 세상을 상상해본다. 돈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는 자산이고 도구다. 돈은 나를 위한 어떤 도구일 뿐이지 돈에 끌려가는 상태가 돼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돈에 대해서 너무 집착하지만 않으면 돈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과시하기 위한 분에 넘치는 과소비가 아닌 나만의 만족을 위한 현실에 초점을 맞춘 경제적인 소비, 더 많은 빚으로 위험한 재테크와 투기가 아닌 합리적인 수준의 자산운용에 적합한 도구가 바로 돈이어야 한다.

 도구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도구가 우리 삶에 긍정적인 문화의 장을 만들었으면 한다. 자기 삶의 존재 이유는 각자가 가족, 일, 여행, 취미, 꿈 등을 통해 각자의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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