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40 (토)
교육만이 능사는 아니다
교육만이 능사는 아니다
  • 김혜란
  • 승인 2016.06.29 2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요즘 부모는 아이들 교육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 수준을 넘어선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돈 버는 것은 아빠의 책임이고 자녀 교육은 엄마의 책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빠에게도 아이에 대한 양육과 교육의 책임을 같이 물어서 아빠들도 장난 아니게 양육이나 교육에 감당해야 할 비율이 높아졌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심지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부모가 직접 배워서 가르치기까지 한다.

 ‘부모교육’이나 ‘학부모코칭’이란 말이 세간에 회자된 지도 십여 년은 넘었다. 부모들도 이제 다 전문가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 속 ‘부모교육시계’는 생각보다 느리게 간다. 여성가족부에서 조사를 했는데, 여전히 교육받기를 원하는 부모가 많은 것으로 나왔다. 부모교육을 원하는 부모는 80% 가까이 됐지만 실제로 교육을 받아본 비율은 2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행된 부모교육은 여전히 일부 부모만이 그 대상이었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학부모 1천명과 초등학생 630여 명을 대상으로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물었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말을 잘 들어주고 대화를 많이 하는 부모가 23.6%로 가장 많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모와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부모 등이 뒤를 이었다. 부모들은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대화를 많이 하는 부모’를 절반 가까이가 좋은 부모라고 생각했고, 이어서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부모와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부모 순서였다.

 놀라운 것은 자녀와 부모 모두 좋은 부모의 조건으로 대화를 꼽고 있다. 왜일까? 대한민국의 아이들과 그 부모는 여전히 서로 말도 못할 만큼 바빠서 대화가 단절됐기 때문이리라. 인정….

 전문가들은 억 소리 날 정도로 바쁜 자녀와 부모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정말 온전히 아이 말에 집중하고 다른 행동은 하지 마시고, 아이 말을 평가하고 지시를 하기보다는 그대로 받아주시게 되면 단 5분을 얘기하더라도 아이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올라가게 됩니다.”

 여기서 잠시만 전문가의 조언을 어떻게 실천할지 생각해 보자. 답은 나와 있는데, 답은 알고 있는데, 그 답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늘 문제다. 바빠 죽겠는데 아이들과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려고 마음먹기부터가 쉽지 않다. 겨우 마주 앉아도 시간이 많지 않으니 입만 열면 지시나 훈계가 먼저 튀어나온다. 정말 큰 결심을 수십 번도 더하고 혀 깨물고 마주 앉아야 그러지 않는 일이 가능하다. 아예 5분 분량의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준비하고서야 제대로 된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대부분 ‘5분 대화’는 포기하고 만다. 뭐 하나 제대로 해 보려고 마음먹으면 왜 그렇게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많이 터지는지, 바쁜 일상은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자녀와의 대화 시도는 전문가의 조언 자체로만 남아버린다.

 여기서 또 잠시만 생각해보자. 우리 시대는 바쁜 생활이 당연하고도 안심할 수 있는 삶의 패턴이 돼 버렸다. 한가하면 오히려 불안하게 여기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덧 정신없이 바쁜 삶은 내가 유능한지 그렇지 않은 지를 재는 척도가 돼 버렸다.

 로마 시대 철학자 세네카의 말이 떠오른다. ‘죽을 때까지 바쁜 것이 그렇게 부럽습니까?’ 인생이라는 바다 위에서 항해하는 것이 삶이라 치자. 배를 몰고 바다에 나간 뱃사람은 풍랑을 만나 이리저리 휘둘리느라 무척 바쁘게 움직였지만 목적지는 근처도 못 갔다면 제대로 항해한 것이 아니다. 바쁘기만 한 인생도 마찬가지다. 바지런히 사는 것만이 해결법은 아니다. 내가 왜 사는지 자주 되물어야 한다.

 자녀를 둔 부모에게 왜 사느냐고 물으면 그 답은 들으나 마나 ‘자녀를 위해서’이다. 그런데도 목적 자체인 자녀와의 5분간의 대화가 쉽지 않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다. ‘아들아, 딸아, 나 너희를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다는 거 좀 알아줘’하고 어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의 삶은 수정돼야 한다. 목적은 놔두고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하는데 대해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자녀들 대부분은 자신의 부모님을 좋은 부모라고 생각했지만 스스로를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열 명 가운데 세 명에 불과했다는 결과가 말한다.

 결국 부모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 자녀와 ‘5분대화’라도 시도하기 위한 방법은 한가지다. 세네카 시대의 철학자들은 이렇게 조언했다. ‘삶을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라’ 이것 역시도 쉽지는 않겠지만, 내 삶의 목적인 자녀를 위해서 못할 게 뭐 있을까. 한 호흡 쉬어가며 내 삶을 성찰하자. 자녀가 그토록 원하는 좋은 부모, 이야기 들어주는 부모가 될 수 있다. ……, 눈물이 난다.

 바쁜 자들의 인생이 가장 짧다고 한다. 잊지 말자. 내가 왜 사는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