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과 ‘역갑질’
‘갑질’과 ‘역갑질’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6.2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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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이 땅에 봉건사회 해체로 수직 계급이 사라진 지 백 년 남짓. 하지만 아직도 이른바 갑질이 존재한다. 갑질에 이어 최근 등장한 신조어가 있다. ‘역갑질’, 이는 과거로 비유하면 하인이 주인을 나무라고 행패 부리는 일쯤으로 여겨진다.

 지난 9일 창녕군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 노동자 4명은 건축업자로부터 밀린 월급 440만 원을 모두 동전으로 받은 이른바 ‘동전 갑질’이 화제다. 당시 보도로 고용주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일각에서는 “업주도 참다가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겠냐”며 ‘역갑질’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았다. 해당 건축업자는 “공사대금 결제가 늦어져 월급이 조금 늦어지면 해당 직원은 곧바로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너무 답답한 심정에 은행 6곳을 돌면서 3시간 동안 동전을 구했다”고 했다. 건축업자가 ‘역갑질’에 대한 분풀이를 ‘갑질’로 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두 쪽 다 정당한 방법의 화풀이는 아닌듯하다.

 최근 서울에서 분식점 가게에서 일하던 중국인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며 고용부에 업주 A씨를 대상으로 임금 체불 진정서를 넣은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설거지를 시키거나 쓰레기를 버리라고 시키면 남편에게 전화해 ‘서럽다’고 전화했다”며 “일이 많아 다리가 부었다 등 핑계를 대며 일을 제대로 안 하는 일도 예사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잔업을 하느라 10분만 초과근무해도 수당을 요구했다”며 “이런 신고를 당하면 고용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갑질을 한다’고 손가락질을 당하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또 그는 “근로감독관들은 ‘억울함은 법정에서 풀고 일단 밀린 월급부터 주라, 아니면 벌금 전과가 남게 된다’며 몰아붙이기만 한다”며 “내 말은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죄인 취급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노동법 수정이 불가피해 보이는 사건이다. 업소 운영과 임금 문제 등으로 업주와 직원 간 분쟁이 터지면 대체로 업주를 향해 비난이 집중되는 사회풍토도 문제다. 무조건 직원을 약자로 보는 시각은 ‘역갑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전 갑질’에 이은 ‘역갑질’과 함께 우리 사회를 달군 뉴스가 또 하나 있었다. 음식점 업주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이른바 ‘식파라치’ 사건이 빈번하다. 진해경찰서는 주문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며 식당주인을 협박한 변모(42) 씨를 공갈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변씨는 지난달 24일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만두와 떡갈비를 먹고 다음 날 식당을 찾아가 ‘식중독에 걸렸다’며 식당주인에게 치료비와 회사 결근에 따른 합의금을 요구했다.

 지난해 8월 대구에서는 ‘맛집’으로 통하는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가족이 치아를 다쳤다고 상습적으로 거짓말해 금품을 받아 챙긴 40대가 구속됐다. 부산의 한 족발전문점에 전화를 걸어 “배달 온 족발에 머리카락이 들어있으니 환불해달라”고 요구해 3만 원을 받는 데 성공한 30대 최모 씨가 전국 배달음식업체 200여 곳을 등쳐 400여만 원 챙긴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다. 최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부산뿐만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까지 범행 대상을 넓히기로 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전국의 배달음식업체 1천100여 곳의 전화번호를 확보해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시도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 가맹점을 포함한 256곳이 최씨에게 속아 넘어가 적게는 5천 원에서 많게는 3만3천900원까지 모두 430여만 원의 음식값을 송금했다. 주문도 받지 않은 음식값을 최씨에게 내준 배달음식업체들은 입소문에 예민한 사업 특성상 “환불해주지 않으면 인터넷 후기를 나쁘게 쓰겠다”, “시청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이 두려워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다수의 업주들은 “종업원 부리기가 상전 모시기보다 힘들다”는 말을 한다. 인권신장, 노동자 권리 향상, 음식점 위생 강화 등을 협박과 갈취에 동원하면서 ‘역갑질’ 논란을 부추기는 일부 파렴치한 이들 때문에 신장한 인권과 고객의 권리가 후퇴하는 등 우리 사회가 뒷걸음질을 치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것은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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