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7:47 (화)
소중한 감자
소중한 감자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6.23 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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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문화ㆍ체육부장
 감자는 곡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밥을 대신해 먹어도 충분할 정도로 중요한 식량 작물이다. 감자는 먹을 게 부족하던 시기에 소중한 끼니였다. 먹을 거리가 흔해지면서 감자는 주식이 아닌 간식으로, 어르신들에겐 추억의 먹거리로 자리를 이동했다. 최근에는 웰빙 붐과 함께 효능이 부각되면서 감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세계 영양학자 시그리드 깁슨 박사는 “감자야말로 농산물 분야에서 최고의 영양 가치를 지닌 식품”이라고 했다. 미국 워싱턴대의 아담 드레브노브스키 박사는 미국의 각종 식품 영양 DB를 분석 비교해 1달러당 영양가치가 가장 높은 식품이 감자라고 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감자는 안데스의 고산지대에서부터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힘든 고난을 겪어왔다. 고대사회에서는 세금을 대신하기도 했고, 귀족들의 사랑을 받던 정원 식물이기도 했으며, 인류의 먹거리를 풍족하게 해준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옛날 사람들은 감자를 ‘마령서(馬鈴薯)’라 했는데 이는 말에 달고 다니는 방울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감자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경로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으나 정확치는 않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조선 순조 24년(1824년)과 1825년 사이에 관북에서 처음 들어왔다고 돼 있다. 또 명천의 김씨가 북쪽에서 가져왔거나 청나라의 채삼자가 우리의 국경을 몰래 침범해 심어 먹던 것이 밭에 남아 전파된 것이라고도 한다.

 감자의 대표적인 효능은 탄수화물은 물론이고 단백질에 비타민 C까지 풍부하다.

 감자에는 비타민C가 들어 있는데, 하루에 중간 크기 감자 3개 정도만 먹으면 피로를 막아주고 감염과 싸우는 데 필요한 비타민양의 반을 섭취할 수 있다. 껍질째 구운 감자 한 개에는 비타민C 하루 권장량의 3분의 1이 들어 있다. 이는 사과보다 2배나 더 많은 양이다. 중간 크기의 감자 한 개의 열량은 55㎈밖에 되지 않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감자에 들어 있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성분은 칼륨이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몸속 노폐물의 처리를 돕고 혈관을 확장해 고혈압, 심장질환 등을 예방한다. 또 섬유질이 많아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효능도 있다. 껍질째 삶은 감자 한 개에 들어 있는 섬유질은 바나나 한 개의 5.5배에 달한다.

 감자의 껍질에는 아연, 칼슘, 칼륨, 마그네슘과 함께 각종 비타민들이 다량 들어 있다.

 감자의 요리 방법은 다양하다. 삶아 먹기도 하고 전, 떡, 수제비, 튀김, 칩스, 샐러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감자를 분류하는 가장 큰 조건은 감자의 색과 형태다. 크게 감자의 색에 따라 흰 감자, 붉은 감자, 자주감자로 나눌 수 있다. 붉은 감자 중에는 붉은 과육과 흰 과육이 있지만 과육의 색으로 감자의 종류를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감자껍질의 색으로 분류한다. 이렇게 크게 분류를 하고 나면 흰 감자, 붉은 감자, 자주감자별로 각기 다른 모양과 성질에 따라 또다시 수십 종의 감자로 나눠진다.

 감자를 고를 땐 겉이 매끈한 것이 좋다. 씨눈은 얕은 것이어야 한다. 씨눈은 햇볕을 쬐면 녹색으로 변해 솔라닌 독성을 생성한다. 일반적으로 햇볕을 오래 쬐거나 시간이 경과하면 독성이 증가한다. 이 솔라닌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녹색으로 변했거나 씨눈이 생겼다면 그 부위는 잘라내야 한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감자와 옥수수를 큰솥에 푹 삶아서 소금에 찍어 먹었다. 그 때에 사카린을 약간 넣고 찌시곤 하셨고, 그 때 먹었던 달콤한 맛도 그립다.

 개망초 꽃이 흐드러지게 핀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야 비탈진 산허리에 우리 집에서 농사를 짓던 감자밭이 있었다. 나라 산에 나무를 베고 밭을 개간한 것 같다. 알이 굵어지기도 전에 조금씩 캐다 먹는 감자는 가난의 고통을 함께 나눴던 중요한 작물이고 주식이였다. 어머니가 감자를 머리에 이고 내려오던 길에 하얗게 피어있던 개망초 꽃이 지금은 내 마음을 아리게 하는 꽃이 됐다. 장마가 시작될 즈음 감자는 끼니 해결사 역할을 했다.

 감자는 자라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농사짓기가 어려운 곳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항은 지상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또 끝없이 펼쳐진 콘크리트 활주로와 비슷한 모양의 거대한 터미널들은 삭막하기 그지없다. 그런 공항 중에서도 대표적인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은 얼마 전 공항 농장에서 첫 농작물인 감자를 생산했다.

 이해인 시인은 그의 ‘감자의 맛’이라는 시에서 ‘통째로 삶은 / 하얀 감자를 / 한 개만 먹어도 / 마음이 / 따뜻하고/ 부드럽고 / 넉넉해지네 / 고구마처럼 / 달지도 않고 / 호박처럼 가지처럼 / 무르지도 않으면서 / 싱겁지는 않은 /담담하고 차분한/중용의 맛’이라고 한다.

 감자가 제철인 6~10월에 영양가가 최고일 때 야채를 함께 곁들여 주면 영양소 공급이 몇 배로 향상된다. 영양만점의 감자, 무더운 여름철에 열을 식혀주고 기력회복에 효능이 있다는 감자를 다 함께 즐겨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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