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5:49 (수)
혼자여서 모자란다는 편견
혼자여서 모자란다는 편견
  • 김혜란
  • 승인 2016.06.15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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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요즘 홀로 걷거나 등산을 즐기던 여성들이 떨고 있다. 위쪽 지방이긴 하지만 사패산과 수락산에서 살해된 두 사람이 모두 혼자 등산을 갔던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시간만 오전과 오후로 달랐을 뿐, 등산로에서 영문 모르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은 동일하다.

 아파트에 살다 보면 운동을 즐기는 여성들의 패턴을 맞춰 볼 수 있다. 각종 평생교육센터나 주민센터를 찾아서 싼값에 운동을 배워가면서 건강도 챙기고 사람들도 만나는 경우들이 있다. 사교성이 많거나 아니면 오히려 외로워서 가는 경우도 해당될 것이다. 또 한 경우는 새벽이나 자신이 편한 시간에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움직여서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하는 여성들도 있다. 친구보다는 혼자 생각하고 뭔가 운동도 고즈넉이 즐겨보려는 사람들이다. 이래도 저래도 다 괜찮은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한동안은 혼자서 산을 오르거나 밤늦게 운동을 혼자서 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받을 일이 틀림없다. 이런 시국에 왜 혼자서 나다니냐고 온갖 험한 소리와 눈치를 먹을 것이다. 가려면 고이 가시라고 눈에 서슬이 시퍼런 가족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혼하고 혼자가 된 사람, 사별하고 남은 한쪽, 혼자 직장 다니는 남녀 젊은이들, 취업준비 하는 학생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인테리어도 유행한 지 오래됐고 일인가구를 위한 냉장고 같은 전자제품도 이제는 보편화됐다.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혼자 뭔가 하면서 어색하지 않게 살아간다는 의미다.

 혼자 살지 않아도 혼자 밥 먹는 사람도 많다. 늘 둘 이상이라야 식당에 들어가기 편했던 사람들은 이제는 당당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들어선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쓸 이유도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사는 형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향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다. 혼자 살면 꼭 아직 덜 완성됐다고 여긴다. 둘이 되려는 준비기간이라거나, 뭔가 모자라서 혼자인 것으로 보기 십상인 사고방식이 있다. 그저 수적으로 ‘하나’, ‘혼자’인 것이 ‘미완(未完)’이라고 여기는 생각들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항상 함께 하는 것만이 옳다는 사고는 한참 전에 버렸어야 할 사고방식이다. 부부는 둘이고, 완성된 숫자도 짝수인 것으로 여기는 생각은 굉장히 불편하고 때로는 왜곡된 결과를 부른다.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왜 우리는 ‘하나보다 둘이 더 좋다’는 막연하고도 오류 있는 상식논리를 아직도 무작정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통찰 없는 지난 시대의 사고방식은 다른 사람의 삶을 고달프게 한다. 가끔 보면 언론에서조차 아예 그런 전제를 깔고 말하기도 한다.

 혼자보다 둘이 좋을 수 있지만 차라리 혼자가 더 나을 수도 있다. 혼자라는 삶의 방식이 그 사람의 선택이라면 그냥 인정해야 한다. 온갖 편견 가운데, 혼자라서 외롭거나 힘들거나 모자랄 것이라고만 여기는 생각만큼 황당한 편견도 없는 것 같다.

 차라리 요즘 같은 때는 혼자를 권해도 좋은 시대다. 항상 누군가와 같이 있고 함께 하며 눈치 보다 보니, 홀로 자신을 성찰하거나 냉정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라다볼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한 ‘혼자 살아보기’를 권해야 하는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이기심과는 분명히 다른 ‘홀로 있기’의 장점을 놓친다면 삶이 제공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놓치는 결과일 것이다.

 나 홀로 등산하다 죽음을 맞은 사건 때문에 이제 한동안 등산길에서 홀로 가며 누릴 즐거움은 저만치 멀어졌다. 그런 여성만 노린 범인들이 문제이건만 어찌 된 것이 그런 범행을 막겠다는 당국의 의지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혼자 다니지 말라고 언론부터 난리들이다. 혼자 등산 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데 그런 위험을 없애줘야지,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것이 무슨 개명천지의 대처방안인가.

 남성과 협력하지 않고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보려고 애쓰던 비혼 여성들은 세상을 무서워하면서 홀로 살기를 포기하려고 심각하게 고민할지도 모른다. 남자나 여자와는 상관없이 그저 혼자 채우는 삶을 살고픈 남녀노소 역시, 새삼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용기를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혼자 등산하고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돈 벌고 혼자서 사는 것도 당연한 삶의 방식으로 인정하는 일이야말로 다양성 인정의 시작이다. 많고 많은 편견의 벽 하나를 깨며 들어서는 문일 뿐이다.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소수의 가치라도 기꺼이 인정하며 사는 것이 진정 내 생각의 가치도 왜곡되지 않게 인정받는 최선의 방법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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