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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이 왜 안동에 갔을까?
반 총장이 왜 안동에 갔을까?
  • 박태홍
  • 승인 2016.06.06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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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엿새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반 총장은 지난달 27일 7개국 정상회의 참석으로 잠시 일본을 다녀온 후 빡빡한 국내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해냈다.

 반 총장의 방한 일정은 지난달 25일 제주공항으로 입국, 관훈클럽 간담회, 제주포럼환영만찬, 26일 제주포럼참석 전직외교장관 등과 조찬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 황교안 총리면담 G7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출국, 27일 일본 이세시마 G7 정상회의 참석 서울도착, 28일 김종필 전국무총리 면담, 노신영 전 국무총리 등 원로그룹 만찬, 29일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개회식 기조연설, 경북 안동하회마을 방문, 유엔 NGO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경주로 이동 환영 만찬, 30일 유엔 NGO 콘퍼런스 기조연설 기자회견을 끝내고 미국으로 떠났다.

 반 총장이 떠난 이후 국내 정치권은 설왕설래다. 정치권의 이견이 분분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들의 시각도 각자 다르고 헷갈린다. 반기문은 유엔의 사무총장 자격으로 그리고 그 직분에 따른 방한 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국민들이 그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유엔사무총장이라 하더래도 국내 정치원로들을 만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근데 왜 지난달 29일 고양에서 열린 국제로타리세계대회 기조연설을 마치고 경북안동하회마을을 갔을까?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논평하게 돼 있다. 이날 반 총장은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곳의 방명록에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민족에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 나가길 빕니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세계 언론에 “류성룡 선생님의 숨결, 손길, 정신이 깃든 고택을 방문해 그분의 나라사랑정신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기리면서 모두 함께 나라의 비전을 위해 나가기 바라는 마음으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충효탑 앞 공터에 제왕의 나무로 불리워지는 주목을 기념식수하기도 했다.

 서애 류성룡은 실학의 대가이자 조선군 선조 때 지금의 국무총리격인 영의정까지 지낸 인물이다.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에게 ‘증손전수방략’이라는 병서를 줘 실전에 활용토록 해 왜군을 격퇴시킨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오늘날 이순신이 국민추앙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서애 류성룡이 체와 통을 중시한 현실적 학문이 당대의 시대정치에 반영됐기 때문 아닌가 생각된다.

 서애 류성룡은 벼슬에 나가지 않았을 때는 고향 안동에서 임진왜란을 기록한 징비록, 서애집, 신종록 등을 저술하기도 했다. 지금은 국보로까지 지정된 징비록은 16권 7책으로 돼 있으며 임진왜란 7년간의 야사를 그래도 기록한 우리 선조들의 대표적인 기록 유산물이다.

 오늘날 이 책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해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를 볼 때 서애 류성룡은 저술가, 정치가, 군사전략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면서 조선조의 민생 규휼에 몸 바친 위인임에 틀림이 없다. 하기에 이 시대의 정치지도자들이 하회마을 방문 충효당에 참배하고 류성룡 선생을 기리는 일은 있을 수 있다.

 후세의 귀감이 된 선대를 찾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이번 반 총장의 하회마을 행보는 과거를 동경한 본인만의 집착 아닌가 여겨진다. 또 국내 정세에 따른 시기도 적절치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 국내정세는 마땅한 대권 주자를 물색 중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등등 대권 주자들로 분류되고 있는 이들이 확실한 대권 고지를 꿰차고 있지를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이유다.

 이때 반 총장이 안동하회마을 방문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숙원을 찾아 나섰더라면 국민들의 시선과 반응은 어떠했을까? 반 총장의 안동행보는 대권을 향한 반반의 의지를 드러냈음이 분명하다.

 어떤 확실한 견해도 반반으로 드러내는 외교관다운 처신이 빛을 발했을 때도 있었지만 이번의 안동행보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국제여론을 바로잡고 조성해야 할 유엔의 사무총장이 모국의 국내 정치를 헝클어 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주체성 없는 해바라기 정치인들을 포함한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지금도 반 총장의 대권을 향한 의지의 속내는 반반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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