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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ㆍ가덕도 두 곳에 공항 세우자
밀양ㆍ가덕도 두 곳에 공항 세우자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6.02 22: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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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개인적인 유불리를 따져야 할지 소속 시ㆍ군 발전을 위할지, 광역자치단체 의견을 따라야 하나? 아니면 국익을 우선으로 해야 할까?” 요즘 신공항 입지 선정에 관심 있는 경남도민은 머리가 복잡하다. 삼삼오오 모여 토론을 벌여보지만 쉽게 결론 나지 않는다. 견해차도 분분하지만, 도내 기초자치단체들도 괴리가 깊다. 김해시의회와 김해지역 일부 사회단체, 거제시도 경남도와 다른 길을 택했고 도내 더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부산시와 함께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영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남과 부산이 밀양ㆍ가덕도로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경남도민도 의견이 갈리는 등 영남권 전체 민심이 흉흉하다. 경남은 대구ㆍ경북과 울산을 우군으로, 부산은 가덕도를 지지하는 경남 일부를 같은 편으로 묶어 싸우면서 신공항 유치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정치권도 정부의 용역 결과 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입지 선정과 관련한 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남ㆍ대구ㆍ경북과 부산지역 의원 간 입장 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지도부도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더민주는 경남ㆍ부산지역 의원이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총대를 멘 가운데 지도부도 노골적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사실상 가덕도 유치전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어 어디로 결론이 나도 지역 갈등이 표면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선 신공항 입지가 밀양으로 결정될 경우 부산 민심 이반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정계개편이 시작될 것이란 설이 파다하다. 그래서인지 신공항 입지를 두고 부산시의 움직임은 경남보다는 상당히 적극적이다. 5월 말부터 부산시는 ‘정부의 신공항 입지 평가항목과 가중치 비공개’를 구실로 “용역 결과에 불복할 수밖에 없다”며 여론몰이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영남권 5개 시ㆍ도지사가 신공항 유치경쟁을 않기로 한 합의파기를 넘어 선 ‘벼랑 끝 전략’으로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2일 서면에서 신공항 유치를 염원하는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14일까지 기관단체의 가덕도 릴레이 방문 등을 벌인다.

 부산이 유치전을 과열하는 속내를 ‘퇴로 확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치 실패를 가정한 ‘출구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부산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신공항 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했고, 가덕도가 탈락할 경우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도 그만큼 더 커졌다. 2014년 2월 가덕도에서 출마선언을 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신공에 시장직을 걸었다. “부산시장을 비롯해 부산 정치권이 ‘퇴로’ 확보를 위해 ‘정치적 판단에 따른 불공정한 결정’이라는 핑계를 만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의 정부용역 불복움직임은 신공항 독자추진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 과열된 유치전이 지역갈등으로 번져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면 ‘민자 유치를 통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대안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이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시ㆍ도가 정부 용역 결과를 따르기로 합의하기 이전부터 독자적인 신공항 건설을 주장한 것이 이를 뒤받치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이 밀양으로 가지 않으면 대구ㆍ구미를 비롯한 경북권 기업들의 수출 물동이 해결되지 못하면서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울산도 가덕도에 공항이 생기는 것보다 밀양이 가까워서 유리하다. 반면, 세계적인 공항이 바다를 끼고 있고, 공항 수요 증대와 공사비 등을 이유로 가덕도를 지지한다는 견해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소음에 시달리는 김해시민들도 가덕도를 선호하는 양상이다. 경남에 소속된 거제시도 가덕도로 기울고 있다.

 이렇게 공통분모를 찾지 못하는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갈등만 증폭 시켜 나가는 것은 국익에도, 영남권 공동번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공항 입지를 두고 이해 당사자들이 한발씩 양보하는 지혜를 내놓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한계점에 도달한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으로 가덕도에는 여객기 전용 공항을 건설하고, 규모를 축소한 화물기 위주의 물류공항은 밀양에 건설하는 방안은 어떨까? 신공항을 두고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가 경쟁만 했지 상생의 묘안을 찾는 노력은 많이 부족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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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2016-06-14 18:35:07
편집국장님 의견은 좋습니다. 상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물류공항은 밀양에 건설하고 여객은 가덕두에 두자는 이야기는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일 뿐더러, 헛웃음이 나오는 제안입니다. 취재를 하셔서 기사를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