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4:04 (금)
恐妻家(공처가)
恐妻家(공처가)
  • 송종복
  • 승인 2016.06.01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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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恐:공 -두려워하다 妻:처 - 아내 家:가 - 지아비

 아내의 지배하에 있는 남성을 옛날에는 일명 판관(判官)이라 했는데, 근래에는 공처가(恐妻家)라고 부른다. 즉, 아내가 두려운, 아내에게 꼼짝 못하는 남편을 지칭한 말이다.

 한(漢) 무제가 명창(名唱) 이연년(李延年)의 여동생 노래를 들었다. 내용인즉, ‘한 번 돌아보면 성을 기울게[一顧傾人城] 하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를 기울게[再顧傾人國] 하되, 그러면서도 성이 기울고, 나라가 기우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寧不知傾城與傾國] 하는 것이 미인이다.’라고 했다. 이에 무제는 ‘이 세상에 그런 미색을 갖춘 여인이 어디 있느냐’ 하니 평양공주가 듣고는 ‘바로 이연년의 여동생이 그런 미인이다’고 했다. 이에 무제는 그 여인을 불러보니 절세의 미인이라, 그를 이부인(李夫人)이라 부르고는 그 여인의 치마폭에 놀아나니, 그는 공처가 또는 애처가가 된 셈이다.

 <논어>에 성인 공자(孔子)도 여자들한테는 혀를 내두르며, 손을 바짝 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가까이하면 불손[近之不遜]하고, 멀리하면 원망[遠之則怨]하기 때문에 세상에 다루기 어려운 것이 여자[女人難養]다’고 했다. 이런 내용을 보아 공자도 마누라 때문에 속이 많이 썩었을 것이라 생각되니, 공자도 역시 공처가라고 본다.

 중국어 ‘치꽌이옌’이란 우리말로 ‘기관지염(氣管炎)’과 ‘공처가(恐妻家)’의 두 가지로 발음된다. 치꽌이옌(氣管炎)에 걸렸어 하면, 우리말로 ‘공처가’라고도 해석이 된다. 현재 중국은 여권(女權)이 많이 신장돼 있다. 1851년 태평천국의 난 때에 남녀평등을 주장하며 전족(纏足:여성 발 줄이기)을 없앴고, 1949년 공산화 개혁 때에 여성해방운동을 벌였고, 1966년 문화대혁명 이후 여성운동이 급속히 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중국은 공처가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처가는 ①아내에게 눈치를 받는 인생, ②외박하면 냄비 뚜껑이 날아오는 인생, ③친우들로부터 위로와 격려, 창피를 받는 인생, ④회식 때마다 아내에게 전화 거는 인생, ⑤밤에는 자식들이 방패와 구세주가 되는 인생이다. 애처가는 아내가 없는 세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나, 공처가는 아내가 없이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지배하는 데는 다섯 가지가 있다. 즉 권력, 완력, 금력, 지력, 매력이다. 이와 같은 권력을 아내에게 빼앗기는 남편을 주로 공처가 또는 엄처시하(嚴妻侍下)라 한다. 공처가여, 어찌하여 5권을 빼앗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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