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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발 파수꾼 맥 잇는 혼불 태우다
조선 사발 파수꾼 맥 잇는 혼불 태우다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5.30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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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신정희 요’ 신한균 “도자기는 가슴으로 느껴야”
▲ 신한균 사기장이 혼신을 다해 도자기를 빚고 있다.
 일본에 의해 끊어진 우리 도자기의 맥을 되살리고, 우리 전통의 도자기 이름을 되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신한균 사기장은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된 조선 전통 사발을 400년 만에 국내서 처음으로 재현한 고(故) 신정희 사기장의 장남이자 후계자다.

 그는 도자기의 종주국 임에도 전통 도자기의 명맥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한국의 현실 속에서 꿋꿋이 우리 그릇을 알리고 있으며 현재 일본인이 ‘고려다완’이라 부르는 우리나라의 사발이 ‘막사발’이라고 불리는 것에 ‘조선사발’(황도사발)로 부르자고 끊임없이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

 26일 우리나라 3대 사찰로 불리는 통도사 아래 지산리 ‘신정희 요’에서 신한균 사기장을 만났다. 깨끗하면서도 한적한 전원마을에 우뚝 솟은 굴뚝이 인상적인 한옥이 신한균 사기장이 도자기와 사랑을 하고 있는 곳이다.

 달항아리가 둘러싸인 방에서 그는 열정적으로 조선사발을 설명하면서 도자기의 원조나라답게 사기장들이 자만심을 가져서는 안 되겠지만,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서재, 작업실을 이동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도자기의 가치는= “우리나라 보물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도자기다. 도자기는 그릇이다. 그릇은 손으로 만져야 그 사발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그릇은 사용함으로써 비로소 그 본성과 가치가 드러난다. 많은 분들이 전시하는 그릇들을 ‘보는 그릇’으로 오해하는데, 여기 있는 그릇들은 모두 쓰라고 만든 그릇이다. 제가 만든 그릇들이 가정에서 직접 사용되고 대를 물리는 명기가 됐으면 한다. 원래 그릇은 누가 만드느냐보다 누가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용을 하다가 파손되기도 하고 깨질 수도 있다. 그래야 다시 그릇을 구입하게 되고 우리도 먹고 살 수 있다. 우리 전통 그릇은 처음 만나는 순간의 색감과 질감의 아름다움은 평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쓰는 사람의 인격과 품성으로 다듬어지고 완성된다. 도자기는 3분의 1은 도예가가 만들고 3분의 1은 가마의 여신이 만들고 3분의 1은 쓰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도자기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도자기 피부의 고운 살결이다. 여기서 말하는 도자기 피부는 흙인 태토다. 흙과 장작불이 만나서 나오는 때깔이 도자기의 피부라 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형태나 때깔을 보지만 사기장은 태토를 본다. 왜냐하면 도자기의 원천인 흙을 가장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조각가가 돌을 보고 형상을 찾아주는 자라면 사기장은 흙을 보고 흙 고유의 때깔을 도자기로 만들어 주는 자다.

 △일본이 말하는 막사발은= “일본이 조선 사발을 막사발이라 칭하는 데는 조선 사발을 깎아내리고 그 맥을 끊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 임진왜란 전까지 일본은 섭씨 1천600도 이상의 불을 지펴 도자기를 굽는 기술이 없었다. 조선에서 끌려간 도예가가 일본에 그 기술을 전수했다. 그러면서 메이지유신 이후 문호를 개방한 일본이 도자기를 해외에 팔아 국부를 쌓으면서 조선 침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한테 가져간 도자기 기술이 결국은 조선을 향한 칼날로 되돌아왔다.

 우리 땅의 흙과 불로 빚어낸 자연미의 결정체가 바로 조선 사발이다. 전형적인 잡기(雜技)가 아닌, 장인의 철저한 정신에 따라 흙을 골라 만든 무위적 아름다움과 자연미를 표현한 창조성의 결과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이도는 그저 막사발로 불리며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어 늘 안타깝다. 제가 이도다완을 황도사발로 부르는 것은 한국 고유의 진정한 이름을 찾기 위한 문제 제기 차원이다. 혼자서 분류명을 짓는 것은 무리이고 도자사학자들과의 공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도다원에 대한 설명을= “일본의 차인들은 조선에서 온 다완을 모두 고려다완이라고 불렀다. 이도라는 이름은 전 태합이 집권하기 전 전국시대 때 생긴 것이다. 아마또 지방의 다이묘 쯔쯔이 준게에게는 이도 와까사노까미라는 수하 사무라이가 있었는데 그 자가 조선에서 건너 온 다완 한 점을 구해 주군에게 상납했다. 쯔쯔이 준께는 상납한 자의 성을 붙여 그 그릇을 이도다완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 후 이도다원은 천하 명품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차인들은 고려다완 중에서 그것과 비슷한 다완을 모두 이도다완아라고 불렀다. 큰 다완은 대이도 작은 다완은 소이도라 한다.”

 △조선사발뿐 아니라 조선의 달항아리도 꾸준히 만들고 계신데요. 곡선이 풍만한 달덩이를 닮은 ‘달항아리’는 조선 백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달항아리의 매력은 무엇이며 좋은 달항아리란=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달항아리다.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선은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다. 어머니가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 사랑을 느끼지 않습니까? 달항아리는 그런 것이다. 그냥 가만히 있는데 나를 감싸주는 포근함이 느껴진다. 마치 한국 여인의 풍성한 치마 곡선을 닮았다. 유려한 곡선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든다. 꾸밈없는 평범한 백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무미평범’이 아름다움의 극치다. 달항아리의 매력은 푸근한 어머니의 감성을 미학적으로 표현한 데에 있다.”

 △2008년에 장편소설 ‘신의 그릇’(2권)을 발표했다. 임진왜란 당시 사기장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일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그릇을 빚는 사기장이다. 글쓰기는 엄두도 낼 수 없었지만, 일본에서 보물로 여기는 조선 사발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막사발’로 불리며 대접을 받지 못하고 폄훼되는지 궁금했다.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막사발’이라고 부르는 조선 사발이 일본의 주장처럼 아무렇게나 만들어 막 쓴 그릇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조선 도공들이 탁월한 기술과 예술혼으로 구현한 생활용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더구나 일본에서 국보 대접을 받는 이도다완은 조상의 제사에 사용됐던 제기라는 것을 새롭게 밝혀내기도 했다. 더욱이 우리 사발의 기구한 운명과 아직도 일본식 미학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 무관심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10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2년여에 걸쳐 소설을 탈고하고 나니 몸무게가 15㎏이나 줄었다. 나름대로 고심을 많이 했다.”

 △신한균 사기장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신한균 사기장은 우리를 집 뒤편 언덕에 있는 아버지가 영면하고 있는 제단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한 평생을 사발에 헌신했던 사기장의 삶이 제단위에 있는 사발과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버님은 생전에 도자기 귀신이 씌었다고 할 정도로 오로지 도자기에만 온 열정을 쏟으셨고 그 결과 우리 옛 조선사발을 재현하셨다. 저에게는 아버님의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흙에서 꼬신내를 느껴야만 참된 사기장이 될 수 있다’라던가, ‘도자기는 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비갠 후 발자국이 있는 흙을 퍼 와서 도자기를 만들어라. 그러면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단 하나의 작품을 얻을 수 있다’ 어렸을 때 도자기에 미쳐 전국을 떠도는 바람에 얼굴도 제대로 못 보던 아버지가 이제는 자신과 한 몸이 됐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도예란= “실용성에 예술성을 겸비한 도예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자기가 예술화 돼야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들의 심미안도 높아져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기계로 구운 도자기와 예술성이 가미된 도자기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도자기를 브랜드화하고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더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생님의 꿈은= “아버지 신정희 사기장의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신한균 사기장은 1960년 경남 사천에서 조선사발을 최초로 재현한 故신정희 선생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84년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경영학도로 서울에서 대학강사를 하던 그가 1985년부터 가업을 잇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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