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07 (금)
군부대 방문
군부대 방문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5.18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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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문화ㆍ체육부장
 순간 시청률 40.9%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방송되면서 길거리에 지나가는 군인만 봐도 마음 설레고, OST만 들어도 심장을 부여잡는다고 하는 태후신드롬이 생겼다. 태양의 후예는 분쟁지역에서 극한의 상황에 직면하는 주인공들의 처지를 강렬한 태양의 이미지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극 중에 특전사 유시진 대위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존경하고 따른다. 아이와 노인과 미인은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고등학생들을 보면 무섭지만 한소리 할 수 있는 용기와 관자놀이에 총구가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그래서 지켜지는 군인의 명예를 소중히 한다.

 특전사 서대영 선임상사는 태극 마크를 꿈꾸던 유도부 시절, 준결승전을 앞두고 눈치껏 져줄 것을 요구하는 코치를 납득할 수 없어 한판승으로 상대 선수를 이겨버렸다. 뒷골목에서 형님들과 어울렸지만 조직을 벗어나기 위해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날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한다.

 등장인물들의 매력과 스토리 전개의 박진감, 이국적인 배경설정으로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고조되는 시점에, 군에서 복무 중인 아들로부터 부모님을 초청하는 행사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서 6주간의 특기교육훈련을 마치고 공군의 정예병으로 수원에 있는 제10전투비행단에 배치됐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늠름한 군인이 된 아들은 몇 주 만에 휴가도 나오고 전화도 자주 하지만 아들의 군 생활이 궁금하기도 했다.

 고대하던 부대방문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일들이 많았다. 김해에서 수원까지 원거리에서 부대를 방문하는 부모를 특별히 배려해서 제공한 숙소는 아들의 상사가 약도를 직접 손으로 그려 정문에서 숙소까지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숙소에서는 기본적인 생활물품부터 간단한 간식과 식음료 등이 준비돼 있었고 가전제품에 대한 사용도 불편이 없도록 설명돼 있었다. 도착시간에 맞추어 추웠던 날씨에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난방온도까지 올려 두어 긴장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신병 부모초청 행사로 군부대는 신병들이 직접 말할 수 없는 고민들을 부모님을 통해서 들을 수 있고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군 생활 견학으로 막연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과거 군부대 방문 프로그램이 있었다. 1989년 첫 방송 된 MBC ‘우정의 무대’는 9년간 이어진 장수 프로그램이다. 입대한 아들들이 TV를 통해 얼굴을 비치는 등 군부대 생활상을 보여줬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어머니의 부대방문 코너다. 흰 천막 뒤에 어머니가 앉아 있고 “엄마가 보고플 땐~”으로 시작하는 ‘그리운 어머니’라는 노래가 울리면 사병들은 너도나도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갔다. 어머니와 아들의 만남은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많은 시청자들까지도 눈물샘을 촉촉이 자극했다. MC ‘뽀빠이’ 이상용의 인기는 이때가 최고였다.

 그렇게 방송을 통해서 봤던 군부대를 직접 방문해서 자식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부대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한결 든든했다. 무엇보다도 장병들의 생활관은 깔끔하게 정돈돼 있어 아들이 군대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했다.

 어머니들과는 달리 대부분 아버지와 아들의 소통은 또 다른 것 같다. 가끔 전화가 오면 무척 반갑지만 통화내용은 초간단이다. “아들 잘 있나”,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정말 세상의 아버지는 말주변이 서툴다. 하지만 아버지들의 가슴 속에는 하고 싶은 말들이 태산일 것이다.

 군 생활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을 때 모두가 공감하는 주제는 입대한 자식들보다는 함께 병영생활을 하는 주변 동료들에 의해 인생의 의미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군 생활에서 동료이자 친구이고 가족인 그들과 원만하고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군대사회가 계급사회인 만큼 각자 계급에 해당하는 책임에 따라 행동하며 지위를 남용하지 않고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는 일련의 행동이 필요하다. 이처럼 군 생활에서 사회 조직과 역할을 이해하고 대인관계에 힘쓴다면 우리는 충분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여태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군 생활은 자신을 위한 휴식기간과 준비기간이 될 수 있다. 과거를 돌아보며 어떤 것을 했을 때 가장 행복했는지 그리고 꼭 하고 싶었던 것이나 못해서 후회한 기억들을 생각하자.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점들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모든 부모들이 자녀들이 군대에 있는 동안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방황에 마침표를 찍고 나오기를 바란다. 군대라는 특수 환경은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책이나 사이버강좌와 같은 간접적인 학습을 통해 원하는 바를 준비할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 자기계발에 임하고 자투리 시간을 소중하게 관리하는 자세, 이러한 태도 자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의 힘을 말이다.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하고 제한된 공간에서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나라를 지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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